[기자수첩] 대미투자 청구서에 대응하는 국익의 자세

세종=조규희 기자
2026.07.30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인근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이후 제네바공항에서 에어포스 원을 탑승하며 손짓하고 있다. 2026.6.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제네바 로이터=뉴스1)

3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 혈세와 국가 재정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가 세운 '상업적 합리성'이란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야 할 시점이다.

현실의 협상 테이블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난 관세 협상에서 목도했듯 이번 대미 투자 협약의 구조 역시 유사한 결을 보인다.

양국 협약에 따르면 투자 추천 권한을 쥐고 있는 곳은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다. 위원회가 사전 협의를 거쳐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결국 어떤 사업을 고르고 결정할지의 주도권은 미국에 쥐어져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기준을 바라보는 양국의 입장차는 존재한다. 협약상 상업적 합리성은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일정 수준의 분배액을 충당할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로 정의된다. 즉 수익성과 타당성을 평가하는 잣대 자체가 미국 상무장관의 손끝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대미 투자 첫 프로젝트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국의 공통 분모인 에너지 분야는 가시적인 협력이 예상되지만 문제는 그 외 사업들이다.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미국 측의 요구 리스트엔 상업적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치적 쌓기용이나 부실 우려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맞서려면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법적·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공감대라는 양대 무기다. 대규모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투자 확정 과정에서 국회 동의나 동의안 제출 같은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협상을 이끄는 주무 부처 장관과 실무단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거대한 통상 압박 앞에서 실무진의 배짱만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업은 국회와 여론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명분은 단순한 핑계가 아닌 협상력을 극대화할 가장 강력한 방패다. 미국의 일방적인 청구서에 맞서 국익을 지켜내는 힘은 타협할 수 없는 절차와 국민적 합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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