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올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FMD)·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차단에 나선다. 해외 AI 발생이 급증하고 새로운 유형의 구제역과 ASF 전파 위험까지 커지면서 다음 달부터 특별방역체제에 돌입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가축전염병 특별방역 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고병원성 AI와 구제역, ASF에 대한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대책은 이날 국무총리 주재 제14회 국가정책조정위원회에서 논의됐다.
가축전염병 발생 위험 요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8월 해외 야생조류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29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2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겨울 국내 AI 발생 62건 가운데 절반인 31건이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17건은 10만수 이상 대형 농장이었다.
병역당국은 대형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장에 자주 출입하는 가축 상하차반과 백신 접종반 등을 7일 전에 등록하는 '사전등록제'를 새로 도입한다. 대형 산란계 농장과 밀집단지 등에는 CCTV를 활용해 출입 차량을 24시간 감시하는 무인통제초소 약 100곳을 구축한다.
철새를 통한 전파 위험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이달부터 철새 조사를 실시하고 농가 인근 철새 개체수가 증가하는 등 위험 징후가 나타나면 '철새정보 알림시스템'을 통해 농가에 경보를 발령한다. 철새도래지 주변은 소독 차량과 드론으로 소독하고 축산차량 출입 통제구간 280곳도 지정해 관리한다.
최근 10년 안에 AI가 발생한 95개 시·군·구에는 맞춤형 방역대책을 시행한다. 산란계 밀집단지 12곳과 지난 겨울 발생이 많았던 평택·화성, 천안 서북부도 집중 관리한다. 3년 연속 발생한 김제에는 사육밀도 완화와 출입 차량 동선 지정 등 특별관리대책을 적용한다. AI가 농장이나 야생조류에서 확인되면 위기경보를 곧바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고 전국 대책상황실을 가동한다.
구제역은 새로운 SAT1형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한다.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던 SAT1형은 올해 중국에서 2건, 몽골에서 3건 확인됐다. 정부는 인천·경기·강원 접경지역 농장과 종축에 대한 사전 백신 접종을 지난 7월 마쳤으며 준위험지역 28개 시·군에도 내년 초까지 접종을 추진한다.
SAT1형 백신은 내년까지 총 3200만두분을 비축한다. 올해 말까지 1000만두분을 우선 확보할 계획이다. 기존 국내 발생 유형인 O형은 소 이력관리시스템과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연계해 농장별·개체별 백신 접종 이력을 관리한다.
ASF는 야생멧돼지와 혈장단백 유래 사료, 해외 불법 축산물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보고 관리한다. 올해 1~8월 야생멧돼지 ASF 검출은 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건보다 크게 늘었다. 전체 검출의 74.6%가 집중된 화천·춘천·충주·포천·가평에는 열화상 드론과 차량, 탐지견, 수색반을 투입한다.
특히 돼지 혈액으로 만든 혈장단백 유래 사료를 통한 새로운 전파 가능성에 대응한다. 전국 도축장 64곳의 출하돼지와 혈액저장소 36곳의 시료를 검사해 오염된 혈액이 사료 원료로 공급되는 것을 차단하고 제조공정 관리도 강화한다.
아울러 해외에서 유입되는 불법 축산물 관리를 강화한다. ASF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항공노선에 엑스레이 검색과 탐지견을 집중 투입하고 외국 식료품점 등에 대한 유통단계 단속도 연 2회에서 4회로 늘린다.
디지털 방역 체계도 확대한다. 올해 안에 산란율 저하 등 이상 징후를 농가가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스마트 앱을 개발해 보급한다. 내년부터는 출입통제·소독·기록관리·조기탐지·스마트진단 등 5개 분야를 묶은 '방역 인공지능 전환(AX) 통합패키지'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이동식 방역정책국장은 "해외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증가와 새로운 구제역 유형의 아시아 발생 등으로 올해 위험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산란계 농장 등 고위험 농장과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관리하고 발생 시 전파 위험도를 고려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