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육질·진한 육향 '칡소'…부드럽고 깔끔한 '제주흑우'
-황우도 지역·사양방식 따라 다른 풍미…한우 미식문화 확장

와인을 고를 때 포도 품종과 산지, 기후와 토양을 따지듯 한우도 품종과 지역, 사육환경에 따라 맛의 차이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테루아(Terroir)' 개념을 한우에 적용한 것이다.
테루아는 특정 지역의 기후와 토양, 지형 등 자연환경에 품종과 생산방식이 더해져 식재료 고유의 특성과 풍미가 만들어진다는 개념이다. 그동안 와인이나 커피 등에서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 다양한 식재료의 맛과 개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우 테루아'라는 관점에서 한우의 품종과 생산환경에 따른 다양한 풍미를 조명하고, 한우 소비를 품종과 지역, 맛을 함께 즐기는 미식문화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그동안 한우 소비의 기준은 주로 등급과 마블링이었다. 하지만 한우에도 황우뿐 아니라 칡소와 제주흑우 등 고유 품종이 존재한다. 품종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르고 여기에 지역의 기후와 사육환경, 사료와 사양관리 방식이 더해지면 맛과 식감도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칡소'다.
호랑이 무늬를 닮은 검은색 또는 흑갈색 세로줄무늬 때문에 '호반우'라고도 불리는 칡소는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 소다. 희소성이 높은 품종으로 외형뿐 아니라 고기 특성에서도 황우와 다른 개성을 보인다.
칡소는 근내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고 육질이 탄탄한 것이 특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에서는 맛에 영향을 주는 유리아미노산 가운데 단맛과 관련된 성분과, 구운 고기향을 내는 피라진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방에서 오는 고소함보다는 살코기 본연의 풍미와 탄탄한 식감, 씹을수록 살아나는 진한 육향을 즐길 수 있다.
제주에는 또 다른 한우가 있다. '제주흑우'다.
제주흑우는 조선왕조실록과 탐라순력도 등에 제향과 진상품으로 활용된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역사성이 깊다.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으며 현재도 유전적 가치 보존과 증식을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주라는 지역성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제주 중산간 초지에서 번식우를 방목하며 지역 여건에 맞는 사육·관리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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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칡소와 또 다르다. 부드러운 식감과 깔끔한 육향, 맑은 육즙이 특징으로 꼽힌다. 희소한 품종과 제주라는 지역 스토리가 결합되면서 '제주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한우'라는 미식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가장 익숙한 황우도 테루아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국에서 사육되는 황우는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마다 기후와 사육환경, 사료와 사양관리 방식이 다르다. 여기에 부위와 등급, 숙성과 조리 방식까지 더해지면 소비자가 느끼는 맛의 차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황우는 이런 맛'이라고 하나로 규정하기보다 지역과 생산환경에 따라 다른 개성을 찾는 것이 한우 테루아의 핵심이다. 익숙한 한우에서도 산지와 사육방식을 따져보며 새로운 맛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접근은 한우 소비의 기준을 넓혀 보겠다는 한우자조금의 의지가 읽힌다. 지금까지 '1++' 등급과 마블링이 소비 선택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품종과 산지, 사육환경, 풍미의 차이까지 소비자가 선택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비채나'의 전광식 셰프는 "와인을 품종과 테루아에 따라 즐기듯 한우 역시 품종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 자란 지역의 기후와 환경, 사육방식 등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식재료"라며 "품종별 특성을 알아가는 과정이 더해진다면 한우를 즐기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