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670억→500억달러…규모 줄여 상업성 확보할까

세종=강영훈 기자
2026.10.01 06:02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사업성 논란이 큰 알래스카 LNG를 대미투자 프로젝트에 포함한 것은 상업적 합리성뿐 아니라 LNG 공급망 리스크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사업비와 1300㎞에 달하는 가스관 건설 부담에도 새로운 LNG 조달원과 수송 경로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전략적 투자 MOU(양해각서)에 따른 후속 프로젝트에 알래스카 LNG 사업을 포함했다. 정부는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과 생산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 접근권을 확보하고, 철강 등 관련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도 받기로 했다.

알래스카 LNG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지역의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연간 2000만톤의 LNG 생산·수출을 목표로 하며 총사업비는 500억달러 수준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백브리핑에서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규모와 관련해 "텍사스가 223억달러, 원전이 1200억달러, 알래스카가 500~600억달러 될 듯하다"며 "저희들한테 제시한 돈이 670억달러 정도였다. 2000억달러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협상 전략을 밝혔다.

투자규모를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경제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다. 생산지에서 가스를 끌어오기 위한 장거리 가스관과 액화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데다 인허가와 현지 노동력 확보, 알래스카의 기후·기술적 여건 등 사업 지연 요인도 있다.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후 장기간 LNG를 안정적으로 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가 사업의 핵심이다.

실제 정부도 당초 알래스카 LNG의 상업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작년에 우리 입장에서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했었다"며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고, 인허가 지연이나 노동력 문제, 현지 기후, 기술적인 이슈도 있다.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건 미국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장기 구매계약을 맺을 경우 LNG 가격이 높아지면 국내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이 보장한 장기 구매조건과 우선 접근권이 단순한 공급권을 넘어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과 물량으로 연결되느냐가 사업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사업을 다시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LNG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있다. 김 장관은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 다르게 생각했던 건 전쟁 이후에 가스가 들어오고 있는 노선이 특정 노선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라며 "호르무즈해협, 말라카해협, 대만해협 등 어느 지역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LNG 조달은 생산국뿐 아니라 수송로의 지정학적 상황에도 영향을 받는다. 카타르·호주·러시아 등 주요 공급원의 불확실성이 있는 가운데 말라카해협·대만해협·호르무즈해협 등 주요 항로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급 차질이나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산 LNG도 수송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은 텍사스산 가스와 관련해 "파나마 운하를 통해서 들어왔는데 기후변화 때문에 물이 없어서 가스를 싣는 운반선이 못 들어오고 있다"며 "아프리카 희망봉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알래스카 LNG는 기존 공급망과 다른 선택지를 추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북미에서 생산된 LNG를 확보하면서 기존 공급원과 수송로에 집중된 리스크를 일부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LNG를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을 넘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공급망 다변화에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해서 경제성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관건은 투자 규모를 낮추는 동시에 사업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가스관과 액화시설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비용을 감안하면 장기 구매계약의 가격과 물량,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 등이 향후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장기 LNG 구매조건과 우선 접근권, 기자재 관세 인하 등 실질적인 조건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상업적 합리성 확보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또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의 기자재 공급을 확대할 경우 대미투자를 단순한 자금 이전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의 수출·수주 기회로 연결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감수해야 할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투자금의 국내 환류 효과까지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사업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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