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마력 테스트 어디까지인지 '별들에게 물어봐' [드라마 쪼개보기]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1.15 09:47

500억원 제작비에 초호화캐스팅 우주드라마의 부진

사진=tvN

tvN 주말극 ‘별들에게 물어봐’(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복잡하다. 국내 최초로 우주정거장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줄거리가 너무 난해해서 그렇다면 이리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에 관심이 없다거나 어려운 콘텐츠를 싫어해서 그렇다는 진단은 옳지 않다. ‘그래비티’(2013)나 ‘인터스텔라’(2014) 등의 영화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걸 기억하면 우주에 관한 관심과 지적 욕구가 높은 소비층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별들에게 물어봐’는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콘텐츠는 아니다. 우주정거장 속의 일상이 생소할 뿐, 과학적인 내용은 대중의 눈높이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물론 어렵지 않은 게 문제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뭐가 안방팬들의 마음을 이토록 어지럽히는 것일까.

사진=tvN

총 5년에 걸쳐 준비하고 제작비 500억원을 태운 ‘별들에게 물어봐’는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우주인과 비밀스러운 미션을 가지고 우주선에 오른 우주 관광객의 이야기. 우주정거장이라는, 국내 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참신한 배경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주정거장 속 일상을 보여주고, 초파리의 교미나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외과수술 등의 장면들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장면장면의 순간적인 재미에 그칠 뿐 소위 ‘시간순삭 드라마’의 재미는 아니다. 이 애매한 재미의 수위가 시청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또, 초파리든 쥐든 우주에서는 인간과 똑같이 존엄한 생명임을 전하고 싶은 드라마의 메시지인지는 몰라도, 여주인공 이브(공효진)가 편지를 통해 이러한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일각에서 초파리나 실험쥐 장면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다.

사진=tvN

드라마에서 ‘정자’, ‘난자’, ‘교미’, ‘섹스’ 등의 단어가 남발하는 게 불편한 시청자들도 많다. 우주인이나 과학자, 의사들에게는 일상적인 단어인지 모르지만, 대중들에게는 아직 일상에서 마음껏 드러내놓고 말하는 단어가 아니긴 하다. 그 외에도 대사들이 대중의 지적인 눈높이에는 맞춰졌는지는 모르지만, 대중의 공감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이라면 ‘별들에게 물어봐’가 궁극적으로는 공효진, 이민호 주연의 러브스토리라는 사실이다. 국내 최초 스페이스 오피스 드라마라는 거창한 수식어로 관심이 높아진 시청자가 아니라도 안방극장에서 충분히 지지해줄 팬층이 두터운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심지어 공효진의 출세작인 ‘파스타’(2010), ‘질투의 화신’(2016)을 쓴 서숙향 작가가 공효진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며 내놓는 것이다. 한류스타 이민호가 오랜만에 국내 안방으로 돌아온 반가움도 큰 만큼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들이다.

사진=tvN

다만 로맨스는 주인공의 케미스트리에 기대어서 가야 하는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로맨스의 서사가 쌓여야 본격적으로 사랑이 불붙었을 때 더 큰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게 멜로물의 공식이다.

그런데 ‘별들에게 물어봐’는 4회만에 남자 주인공 공룡(이민호)이 초고속 고백을 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러브라인에 속도를 붙였다. 아무리 부정하고 밀어내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좋아하게 되는 로맨스 서사의 다른 로맨스물들과 다르게 나름의 신선한 전개를 펼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로맨스에 몰입할 준비가 안 된 시청자들에게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공룡(이민호)이 이브를 향해 “당신밖에 안 보여!”를 외치고 엔딩에서는 “좋아해도 돼요?”라고 물으며 마음을 고백했다. 초고속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남주의 모습에 진지하게 로맨스를 기다리던 안방팬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여기에 공효진과 이민호의 실제 나이차가 몰입감을 방해한다는 반응은 덤이다.

사진=tvN

스타성 높은 배우만 바라보며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연출도 자꾸만 흐름을 끊으며 도와주질 않는다. 앞서 ‘질투의 화신’과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 등으로 연출력을 뽐낸 박신우 PD가 이번에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모들이 공룡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서 일하는 장면이나 공룡이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서 지하철부터 수영장까지 어디서든 아이를 받는 장면 등이 코믹하게 연출된 점은 국내 최초 우주드라마에 큰 기대를 품었던 시청자들이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다. 특히 수영장 신을 두고 발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는 반응 등 혹평이 많았다. 5000억원 당첨복권을 들고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바비’가 연상됐다.

재미를 주려던 연출의 시도가 무색하게 모두 흐름을 끊고 몰입감을 저해할 따름이었다. 안 그래도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별들에게 물어봐’가 이러한 장면들로 항마력까지 높이며 결국 채널을 돌아가게 했다.

사진=tvN

500억원을 들인 드라마가 시청률 2%대의 성적을 거둔 게 문제인 게 아니다. 시청률은 별로라도 화제를 일으키며 호평받은 웰메이드 작품들은 얼마든지 있다. 가성비가 좋지 않아도 가심비가 좋으면 인기를 끄는 시대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작가, 배우, 연출 등 삼박자가 잘 맞았을 때의 시너지와 폭발력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드라마팬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배우와 제작진에게 애정이 깊은 팬들을 심난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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