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ㅣ 지금 이 순간의 카타르시스

한수진 ize 기자
2025.02.04 14:18
아이브 '애티튜드' 뮤직비디오 스틸 컷 /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금 아이브(IVE)는 한국 최고의 말괄량이 삐삐다.

아이브가 9개월 만에 내놓은 신보 ‘아이브 엠파시’ 타이틀 곡 ‘애티튜드’ 뮤직비디오에서는 곡 제목처럼 퍼포먼스보다 멤버들의 태도를 정면으로 보여주고, 집요하게 담아내는 이들의 태도는 대놓고 삐딱하다. 레이는 군중 속에서 홀로 역행하다가 넘어지고, 코에서 피가 나도 개구진 표정을 짓고 있다. 정적인 공간에서 가을, 레이, 이서는 엄숙해 보이는 군중 사이로 다도를 즐기고, 유진은 사무실 책상을 밟고 올라서서 광열적으로 춤을 춘다.

또 다른 타이틀 곡 ‘레블 하트’ 뮤직비디오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날뛰고, 불타고, 울면서 반항적인 마음을 보여준다. ‘레블 하트’의 화자는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 어디에서도 내 맘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고, ‘애티튜드’는 “헝클어진 머리 so pretty” 하다며 다른 시선에서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홀로 “노”라고 말하는 이들의 용기는, 삐삐처럼 명랑한 자기애를 되바라지게 투영해 오직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낸다.

아이브 '애티튜드' 뮤직비디오 스틸 컷 /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음악 세계에서 각종 자랑을 표현하는 것은 판타지를 위한 하나의 콘셉트다. 닿을 수 없는 부와 명성에 대한. 래퍼들이 줄기차게 뱉는 “돈 많아”, “인기 쩔어”, “나 멋있어”와 같은 가사는 클리셰 중의 클리셰다. 하지만 ‘관념’을 자랑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부를 자랑하는 가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관념을 드러내는 건 동경의 대상이 된다.

아이브는 데뷔 앨범 때부터 줄곧 ‘자기애’, ‘나르시시스트’를 팀의 정체성 삼았다. ‘일레븐’이나 ‘러브 다이브’ 같은 극 초창기 노래들은 사랑에 빠진 화자를 노래하면서도, 결국 “그 눈에 비친 나를 사랑하게 됐거든”(‘일레븐’),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러브 다이브’)와 같은 ‘자기 사랑’으로 가사를 풀어나갔다. 직전 발표곡 ‘해야’나 ‘아센디오’ 역시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을 감연한 문자로 표현한 곡이다. 아이브가 노래로 자랑하는 것은 돈이나 명성이 아닌 자기 자신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그 시작점에서 가장 대중적 소재인 사랑과 이를 섞었다.

아이브 '레블 하트' 뮤직비디오 스틸 컷 /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이브는 이제 신인이라 할 수 없는 연차가 됐다. 그렇게 아이브는 새로 낸 ‘아이브 엠파시’에서 ‘자기 자랑’에 더 이상 다른 소재를 버무리지 않는다. 부차적 소재로 신인의 겸손을 보였던 이들은, 이제 대놓고 “그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솔직히 내가 난 맘에 들어”(‘’애티튜드’’),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 어디에서도 내 맘을 지키기”(‘레블 하트’)라는 관념적 메시지를 뚜렷하게 뱉으며 ‘자기애’를 동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들의 노래가 특별한 지점은 “나는 멋져”와 같은 차원이 단순한 시선에 머문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할게 나의 무드”, “행운은 늘 내 편인 걸”과 같은 포용적 시선에 머문다는 것이다. 삐삐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그 이름 앞에 말괄량이가 붙지만 그것이 결국 타인을 위한 자기애로 발현된다는 점이다. 아이브는 이것을 멋진 아이돌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이들은 노래는 웅장하고, 춤은 역동적이며, 외관은 아름답다. 그 과정에서 노릇하게 익은 ‘자기애’를 보다 관념적이고, 스타일리시하고, 독특한 영역으로 다룬다. 이것들의 감상은 명확하게 카타르시스를 향한다. 멤버들이 ‘아이브 엠파시’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브는 아이브답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지금 이런 음악을 하는 건 아이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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