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데이', 로버트 드니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3.06 11:21
사진=넷플릭스

현대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배우로 꼽히는 ‘전설’ 로버트 드니로가 첫 시리즈 주연으로 출연한 ‘제로데이’는 그의 노익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제로데이’는 현대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위협 중 하나인 사이버 테러와 정보전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그린다.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 잘못된 신념이 사회를 얼마나 큰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수 있는지 경고하는 동시에 정치계의 보이지 않는 암투와 견제를 건조한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로데이’는 사이버 보안 취약점을 악용한 대규모 공격 이후 새롭게 창설된 특별 수사 위원회와 조직의 수장을 맡게 된 전 대통령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임 대통령 ‘조지 멀린’(로버트 드니로 분)은 회고록 출간을 목전에 둔 평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느날 미국 전역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이버 테러 ‘제로데이’가 발생하고, 현 대통령은 ‘조지’에게 특별 수사 위원회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알 수 없는 환청과 환각, 발작까지, 자신의 건강과 정신이 온전치 않음을 알면서도 조지는 위원장 제안을 수락하고 제로데이의 주범과 배후를 캐기 시작한다. 과거 아들이 마약복용 후 사망한 사건 이후 사이가 멀어진 현 하원의원인 딸은 아버지의 행보를 반대하고 나서고, 대통령 재임 시절 불륜 상대인 비서실장이 조지의 팀에 합류하며 아내 ‘실라’ 역시 냉담한 시선을 보낸다.

‘제로데이’는 패치가 제공되기 전 악용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을 의미한다. 실제 사이버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로 활용되는 제로데이를 드라마화 한 이번 작품은 극적인 서사와 결합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테러의 긴박함, 위험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전 대통령이 현업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정치적 긴장감과 정적들의 견제, 배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국제적 갈등까지 담아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주인공이 환청과 환각, 기억의 왜곡 등 온전하지 않은 자신의 정신 상태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은 대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묘사된다. 과거 베트남 전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아들의 죽음, 그리고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 시시때때로 그를 괴롭히며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첫 시리즈 연기에 도전한 로버트 드니로는 국민들의 신임을 받는 전 대통령이지만 결코 선한 인물이라고만 할 수 없는 다면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가정은 지키지 못한 아버지이자 남편, 그리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면모를 가진 불안정한 인물이기도 하다. 드니로는 치매와 싸우는 노인의 연약함과 사이버테러 조직을 쫒는 조직의 수장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조지 멀린의 내면을 그만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묘사하며 레전드다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여기에 딸의 연인이자 조지의 충직한 비서 ‘로저’로 제시 플레먼스, 아내 ‘실라’는 조안 앨런, 현 대통령으로는 안젤라 바셋, 조지의 정적으로 매튜 모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이같은 호연에 힘입어 ‘제로데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시청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와 관심을 모았다. 음모와 권력 투쟁 속에서 권력의 정점에 섰던 한 남자의 심리를 깊이있게 묘사한 ‘제로데이’는 서사의 빈약함과 엉성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몰입감 높은 소재로 무게 있는 스릴러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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