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전하는 첫사랑 공명, 그라서 가능한 청춘 서사

한수진 ize 기자
2025.04.11 12:05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공명 / 사진=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속 공명의 얼굴엔 봄이 있다. 고등학교 교정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누군가의 손을 조심스레 처음 맞잡던 순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창가에 걸터앉아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지어 보이는 해사한 웃음 같은 것들이 공명의 얼굴에 맺혀있다. 1994년생, 어느덧 서른을 넘긴 배우지만 여전히 청명과 순수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공명이 가진 고유의 결을 다시 한번 또렷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공명이 연기하는 김람우는 생과 사에 동시에 놓인 인물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과거엔 살아있고, 현재는 죽어 있다. 작품은 그런 람우가 죽음을 고지하는 저승사자의 운명을 품은 채 첫사랑 정희완(김민하)의 앞에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것만 놓고 보면 비극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공명이 이끄는 람우의 서사는 오히려 반짝이는 생의 순간을 향해 나아간다. 공명이라는 배우가 가진 힘, 있는 그대로의 투명함은 바로 여기서 발휘된다.

살아생전 고등학생 람우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희완과 이름을 바꿔가며 장난처럼 얽히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낯선 존재가 점점 친숙해지고, 서로를 향한 시선이 조금씩 길어지며 웃음이 늘어난다. 교실에서 희완과 눈길을 주고받으며 심장이 바빠지는 시간 또한 늘어난다. 하지만 람우는 희완과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졸업 여행에서 사고로 죽는다. 이 비극은 희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그는 커다란 자책 속에 자신을 닫은 채 살아간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공명 / 사진=티빙

시간이 흘러 저승사자가 된 람우는 그런 희완에게 죽음을 고지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 시선에는 여전히 사춘기 소년의 애틋함이 남아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희완의 눈빛에 상처가 배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공명은 람우가 끝까지 그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인물임을 조심스럽고도 명확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공명은 과거와 현재, 생전과 사후를 오가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목소리의 높낮이, 눈빛의 온도, 말의 리듬으로 극도로 자연스럽게 직조해 낸다.

공명의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이 있고, 동시에 눈물도 있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람우는 단순히 설렘으로 기억되는 첫사랑이 아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 다가가지 못한 타이밍, 뒤늦은 고백으로 인해 더 안타까운 청춘의 얼굴이다. 3회에서 람우는 울부짖는 희완을 바라보다가 결국 “좋아해”라는, 끝내 전하지 못했던 한마디를 꺼낸다. 그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닌 시간이 멈춘 채 마음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던 감정의 유예다. 공명은 이 오래되고 눌러 담긴 마음을 급하게 쏟아내지 않고 찬찬히 쌓아 올린다. 애처로움과 따뜻함 사이 그 감정의 진폭을 공명은 과장 없이 그려낸다. 그래서 이 늦은 고백은 더 절실하고 더 뭉클하다.

이런 공명의 연기를 두고 김민하는 “투명하고 편안한 매력을 지닌 배우다. 늘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장난기 많은 순수한 고등학생의 모습도 있다. 그런 점이 공명 배우의 눈을 보면 잘 나타났다. 몰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공명이라는 배우의 본연 그 자체가, 람우를 ‘죽음을 알리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청춘을 되살리는 존재’로 작품에 서 있게 한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공명 / 사진=티빙

공명은 특유의 말간 기운과 ‘강아지상’이라 불리는 외모 덕에 청춘과 잘 어울리는 배우로 불려 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것을 탁월하게 잡아낸다. 그리고 이번엔 청춘 위에 감정의 깊이가 더해진다. 공명은 ‘멜로가 체질’에서는 지켜주고 싶은 신입사원이었고, ‘극한직업’에서는 허당끼 가득한 형사였다. 그는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인물로 자리해 왔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그런 그가 가진 매력의 더 깊이 파고든다. 감정을 지키고 품는 사람으로, 또 아픔 앞에서도 여전히 다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래서 그는 지금, 어쩌면 가장 공명답다. 무언가를 연기하기보다 존재 그 자체로 한 인물의 시간과 마음을 채워가는 배우. 여전히 ‘강아지상’이라 불릴 만큼 순하고 맑은 얼굴이지만, 이제는 그 눈빛 안에 지나간 시간의 무게가 담긴다. 가슴 설레게 웃을 줄도 알고, 가슴 저리게 울 줄도 안다. 그렇게 공명은 배우 인생에서 가장 미더운 얼굴로 우리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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