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S라인’이 지난주 전 회차 공개를 완료했다.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 빨간 실이 연결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은 ‘S라인’은 웹툰 원작과 다른 설정과 이야기를 시도한 도전적인 작품이다. 19금 소재를 적극 활용하며 판타지 스릴러로 거듭났지만, 원작과 차이와 실험적인 시도가 큰 결실을 맺었다고 보긴 어렵다. ‘S라인’이 남긴 성취와 아쉬운 점을 짚어 본다.
‘S라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살인자o난감’의 원작자 꼬마비의 2011년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S라인이 보이는 세상에서 패닉에 빠진 인간군상이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린 강도 높은 사회 풍자 웹툰으로 종교, 성범죄, 동성애, 학교폭력 등 사회 문제를 S라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끄집어냈다. ‘살인o난장감’에 이어 꼬마비 작가 특유의 네컷 만화 형식과 이등신 캐릭터가 두 번째 드라마에선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드라마 ‘S라인’은 S라인을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현흡(아린)이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엮이면서 형사 한지욱(이수혁)과 함께 S라인의 정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원작에선 모두가 볼 수 있는 S라인을 안경을 쓴 일부만 볼 수 있도록 각색했고, 의문의 안경을 쓴 사람들이 차례로 사건에 휘말리는 스릴러로 전개된다. S라인이 보이는 안경을 쓴 인물들이 타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면서 그릇된 욕망에 빠지는 과정을 원작과 다른 드라마적 재미로 끌고 간다.
1화 ‘선글라스를 쓴 소녀’는 자기 때문에 가정이 파괴됐다며 집안에 스스로를 가둔 현흡이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었다. 원작에서는 빨간 선으로만 그려진 S라인이 드라마에선 사람들 머리 위에서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솟아 나오는 등 진풍경을 연출한다. 극중 바람둥이 형사 지욱의 머리 위에 무성한 S라인은 기묘하면서도 볼수록 웃음이 난다. 드라마는 연쇄살인, 학교 폭력, 불륜, 성범죄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루며 긴장감을 이어간다.
‘S라인’으로 첫 드라마 연출을 맡은 안주영 감독은 독립 영화 ‘보희와 녹양’(2019)으로 주목받았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평범한 성장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구조에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청소년 캐릭터를 제시하는 경쾌한 성장 영화였다. 성 역할, 가족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각본과 연출이 감독의 이름을 눈여겨보게 했다. 안주영 감독은 ‘S라인’의 주인공을 여성 청소년으로 설정하고, 고등학교를 주요 무대로 내세워 인간 본성과 욕망을 탐구한다. 성인이 되기 직전의 학생(미성년)들과 윤리적인 면이 강조되는 교사(성인) 집단이 모인 학교가 드라마의 주제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소였을 것이다.
이처럼 안주영 감독은 학원 드라마 형식으로 성적 관계를 다룬 19금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다. 여기에 극 중 대사처럼 “S라인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 즉 시청자들의 욕망을 건드리면서 예측할 수 없는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마지막 6화에서 S라인을 보는 현흡의 태생적 비밀, S라인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판타지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다. 여성, 호러, 신화까지 연결해 볼 수도 있는 굉장히 실험적인 연출이 펼쳐지는데,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릴 요소다.
‘S라인’ 출연 배우들은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유도를 얻은 만큼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현흡을 연기한 아린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저주받은 아이’라는 고통을 짊어진 캐릭터를 소화했다. 사건 수사와 가족 문제를 짊어진 형사 지욱으로 등장하는 이수혁의 정형화 되지 않은 형사 연기도 신선하다. 미스터리한 교사 규진을 연기한 이다희의 활약도 마지막까지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드라마 ‘S라인’을 보고 나면 원작 웹툰의 프리퀄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인상을 준다. 시청자나 창작자나 웹툰 원작에서 자유롭다는 면에선 장점일 거다. 원작을 떠나서 드라마로만 놓고 보자면 각 에피소드 주인공들의 개성은 두드러졌지만, 중심 캐릭터들의 서사가 부족해 드라마 전체의 힘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 화에서 풀어야 하는 내용이 많다보니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남았다. 특히 결말 직전의 ‘절정’ 부분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따라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드라마 ‘S라인’이 밈으로만 화제가 될까 봐 우려스럽다.
정유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