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이사왔다', 연인 관객들을 위한 맞춤용 데이트 무비

최재욱 기자
2025.08.10 08:00

내면에 상처 있는 청춘들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 13일 개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먹는 별다른 토핑이 들어가지 않은 베이직한 맛의 클래식 팥빙수가 떠오른다. 아무런 토핑이 들어가지 않고 오직 삶은 팥과 시원한 얼음, 우유로 맛을 낸 팥빙수를 먹을 때의 깔끔한 맛이 떠오른다. 과일에 케이크 등 각종 첨가물이 더해진 다양한 빙수가 수두룩한 시대이지만 클래식 팥빙수의 순수한 맛을 향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 제작 외유내강)은 아날로그적 정서를 품고 있다.

어찌 보면 투박할 수 있지만 깔끔하게 달달하고 가슴속 깊이 시원한 힐링을 선사한다. 이상근 감독의 순수한 마음, 주연배우 임윤아-안보현의 뜨거운 열정이 관객의 마음이 와닿으며 무더위를 쫓아낸다. 여름날 연인끼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손잡고 보기에 안성멎춤인 ‘데이트 무비’다.

사진제공=CJ ENM

영화의 두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엔 “좋을 때다”라는 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푸르른 청춘들이다. 하지만 실생활은 정글같은 사회서 생존을 위해 뭄부림치는 미생들일 따름. 건강한 신체를 지닌 길구(안보현)는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백수다. 길구 아랫집으로 이사온 선지(임윤아)는 낮에는 단아하고 청순한 파티셰 지망생이지만 내면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다. 그 비밀이란. 새벽 2시면 깨어나는 악마가 살고 있다는 것. 길구가 새벽에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기행을 일삼는 선지를 보호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낮에는 누구나 반할 만한 건강한 청년이지만 새벽엔 종잡을 수 없는 ‘미친X’이 되는 ‘선지의 이중생활’에 몸과 마음이 털털 털려버리는 길구. 두 선남선녀가 티격태격하면서 마음이 커져가는 건 로맨스 영화니까 당연한 일이고 사랑에 빠진 길구는 선지의 아픔을 해결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선 ‘악마가 이사왔다’를 보기 전 염두에 둬야 할 건. 눈과 입이 즐거울 토핑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악마’라는 키워드 때문에 기대하는 오컬트적인 요소는 미미하다. 이상근 감독의 전작인 ‘엑시트’에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재난물 특유의 볼거리는 없다. 웃음코드는 이상근 감독 특유의 순수한 마이너 월드, '엑시트'보다 더 깊어진 너드들의 세계라는 진입장벽을 넘어야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CJ ENM

이 모든 걸 상쇄시키는 건 주연배우 임윤아와 안보현의 싱그러운 케미스트리다. 요즘 시대 보기 힘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들인 길구와 선지가 우여곡절 끝에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내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만드는 임윤아와 안보현의 싱그러운 연기는 이 영화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선지를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문제를 해결해가는 길구의 순정은 묵직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임윤아는 이제 완벽하게 영화 한편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인공감임을 증명한다. 1인 2역을 맡아 스크린을 꽉 채울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그러면서 로맨스 연기 달인답게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안보현과 꿀케미를 완성한다. 안보현도 기대 이상의 열연으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겉모습은 우락부락한 상남자지만 내면에 숨어 살고 있는 수줍은 소년의 감성을 귀엽게 그려내며 한계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사진제공=CJ ENM

‘악마가 이사왔다’는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진입장벽이 있는 영화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는 텐트폴 영화다운 규모와 스펙터클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강한 매우 소박하고 단촐한 로맨스 영화다. 또한 이상근 감독 특유의 마이너적인 감성에 빠져야만 유머 코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마음의 상처가 많은 청춘들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즐기다 보면 이 영화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있다. 아무 선입견 없이 긴장을 풀고 팝콘과 콜라를 입안에 가득 넣으면서 영화를 즐기다보면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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