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총각' 안보현이 여름극장가에 불러온 힐링 꽃바람

최재욱 기자
2025.08.13 17:02

'악마가 이사왔다'서 눈물겨운 순애보로 심장저격

안보현/ 사진제공=CJ ENM

현대사회에서 주위에서 ‘착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을 만나는 게 매우 희귀한 일이 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착한 성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것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 또한 무조건 착한 게 미덕은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착하다'는 형용사를 현실에서 내몰고 있다. 그러기에 진심으로 착한 사람들을 만나면 뭔가 가슴 속 깊이에서 끓어오르는 감흥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오해는 우유부단하고 천성이 여리고 물러터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건 인생을 모르는 자들의 착각이다. ‘착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주관이 뚜렷하고 행동력과 용기가 있고 자기 고집이 센 자들이다. 가슴 속 깊이 숨어있는 양심, 사랑, 선한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모습들을 이해 또는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무리 폄훼하려 해도 ‘착한 사람들’의 숭고한 가치는 결코 숨겨질 수 없다.

사진제공=CJ ENM

착한 사람이 매우 희귀해지는 시대이기에 드라마나 영화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찐 착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자기 행복과 만족을 위해 욕망하고 사랑하고 갈등하고 복수하기 때문. 그러나 가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착한 사람들을 대중 콘텐츠에서 만날 땐 몸과 마음이 디톡스되는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슈퍼맨’에서 슈퍼맨이 인간뿐만 아니라 다람쥐까지도 살리려 노력할 때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일순간 들면서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좀비딸’에서 좀비가 된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고쳐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을 때도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안보현/,사진제공=CJ ENM

오늘(13일) 개봉된 영화 ‘악마가 살아있다’의 주인공 청년백수 길구(안보현)는 ‘착한 남자의 끝판왕’이다. 어찌 보면 좀 모자라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순수하고 해맑은 길구는 아랫집에 이사온 눈부시게 아름다운 파티셰 지망생 선지(임윤아)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선지는 엄청난 비밀을 갖고 있는데 그건 바로 새벽 2시만 되면 악마로 변한다는 것이다. 낮에는 청초한 선지와 썸 타고 밤에는 온갖 기행을 일삼는 악마 선지를 지키느라 길구의 몸과 마음은 탈탈 털린다. 공주에게 걸려있는 마법을 깨려는 동화 속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선지의 몸에 살고 있는 악마를 쫓아내려 동분서주하는 길구의 우직한 순정이 웃음과 함께 감동과 힐링을 선사한다.

사실 길구가 선지를 구하기 위해 겪는 갖은 고난들이 어떤 이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도망가지 않고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모습을 볼 때 “굳이 왜?"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곧 알 수 있다. 순수한 사랑이다. 그 감정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길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 길구는 그 마음이 더 깊고 넓을 따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랑비에 속옷까지 젖듯이 길구의 순수함이 관객들의 마음을 적시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감흥을 경험하게 한다. 결말부 길구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산 넘고 바다 건너 큰 바위를 움직이는 고행을 겪는 모습은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안될지 몰라도 가슴으로는 납득이 된다. 동화의 나라에서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해낸 동네 나뭇꾼 같은 느낌이 든다면 맞는 표현일까? 강인한 남성성을 지우고 대형견 같은 '멍뭉미'를 장착한 안보현의 농익은 연기력이 순수한 감동의 꽃바람을 스크린에 불러온다.

사진제공=CJ ENM

한편의 동화책을 읽은 느낌을 주는 ‘악마가 이사왔다’는 매우 독특한 영화다. 942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엑시트’로 대박을 친 이상근 감독의 순수한 개성이 더욱 짙어진 작품이다. 그 순수한 유머코드와 감성이 공감되지 못한다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마음 속 편견과 선입견 버리면 각박한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순수함을 되찾을 수 있다. 오늘 극장가에 이사와 수줍게 초인종을 누르는 ‘순수총각’ 길구의 인사를 외면하지는 말자. 알수록 매력 넘치는 진국이니까. 12세 관람가.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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