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이 다시 한번 '기적'이라는 단어에 손을 뻗었다. 태권도 선수로 시작해 아이돌로, 그리고 배우로 이어지는 궤적은 늘 도전과 좌절, 그리고 돌파의 연속이었다. SBS 금토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에서 그는 한양체고 럭비부 주장 윤성준을 연기하며 또 하나의 분기점을 만들었다. 단단히 여문 눈빛과 그라운드를 달리는 몸짓은 김요한 자신이 지나온 결핍과 집념을 그대로 반영한 자화상처럼 보였다.
'트라이' 종영에 대한 소회를 묻자 김요한은 긴 호흡 끝에 "서운하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감사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진심 어린 말투였다. 성준과 함께한 시간을 단순한 연기 경험이 아닌 성장의 기록으로 받아들이는 듯, 그의 눈빛에는 지난 1년간의 치열한 훈련과 감정의 무게가 묻어 있었다.
"1년 정도 촬영했거든요. 방송이 마지막을 찍으니 서운하기도 하고 그래요. 연습했던 과정이랑 고생했던 것들이 작품 안에 잘 녹아들었던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고 이 작품을 많은 시청자분들께서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김요한에게 '트라이'는 단순히 배역을 소화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겹쳐 보게 만든 특별한 경험이었다. 부상으로 운동을 접고 진로를 바꿨던 과거는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키려는 윤성준의 서사와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그는 매 장면마다 자신의 상처와 투지를 떠올리며 몰입했고 실제로 체중 증량과 럭비 훈련을 병행하며 몸까지 배역에 맞췄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준은 김요한이 배우로서 증명하고 싶었던 진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인물이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성준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상황적으로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상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체고를 나왔거든요. 그냥 안 할 이유가 없었죠. 감독님께도 꼭 성준을 연기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극에서 럭비부 감독 주가람을 연기한 윤계상의 존재는 김요한에게 큰 버팀목이었다. 그는 윤계상을 마주한 순간 느꼈던 선배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곧 따뜻한 동료애로 바뀌는 과정을 곁에서 경험했다. 촬영 중에는 굳이 조언을 건네지 않아도 눈빛과 감정으로 이끌어주는 순간들이 많았고, 김요한은 그 과정에서 연기의 새로운 깊이를 체감했다.
"윤계상 선배님의 경우는 처음 뵀을 때 오라가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저한테 다가와 주시려고 했죠. 또래처럼 편하게 지내면서 현장에서도 변함없이 끌어주셨어요. 조언을 따로 해주신다기보다 신에 들어가면 눈빛과 감정으로 끌어주셨고 제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먼저 알아채 주셔서 다시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김요한은 촬영 전부터 약 석 달간 실제 럭비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다. 기초 체력 훈련부터 시작해 러닝, 패스, 태클까지 기본기를 반복했고, '트라이' 럭비부원으로 출연한 동료들과 미식축구공으로 터치 게임을 하며 럭비를 익혔다.
"럭비 훈련을 촬영하기 전에 3개월 정도 했어요. 정말 운동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기초부터 런닝, 패스, 태클 훈련까지 다 했죠. 공을 잡는 것도 낯설어서 처음엔 미식축구공으로 터치 게임을 하면서 연습했어요. 자세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공 잡는 모습이 어색하면 안 되잖아요. 또 촬영할 때 실제로 태클이나 슬라이딩을 안 하면 카메라에 다 티가 나요. 진짜 경기에 임하듯 촬영했어요.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다들 부상들이 조금 있긴 했어요. 촬영 때 늘 살이 쓸려있어서 샤워할 때 좀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요한은 성준을 표현하기 위해 체격 변화까지 감수했다. 그는 "당시에는 몸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촬영 전 2~3달 정도 식단 관리하면서 웨이트를 병행했다. 하루 네 끼를 먹으면서 알람까지 맞춰가며 닭가슴살이랑 흰쌀밥을 챙겨 먹었다. 원래는 71kg 정도였는데 78kg까지 찌웠다가 촬영 들어갈 때는 너무 부어 보이면 안 돼서 73kg 정도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김요한이 '트라이'에게 가장 몰입했던 장면은 상담실을 뛰쳐나와 감독과 마주한 신이었다.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장면으로, 그는 고등학교 시절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대학 스카우트가 눈앞에 걸린 3학년 때 느꼈던 막막함과 불안은 성준의 심리와 똑같이 맞닿아 있었다.
"트라이'에서 엄마랑 상담실에서 소리 지르고 나와서 감독님이랑 대화하는 장면이 있어요. '전국체전만 뛸 수 있으면 돼요. 부상 큰 거 아니니까 한 번만 뛰고 수술받으면 되잖아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게 정말 공감이 됐어요.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술을 해서 선수로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거든요. 3학년 때는 대학 스카우트가 걸려 있는데 성적이 없으니까 너무 절박했죠. 성준이가 하는 이야기가 마치 그때의 저 같아서 이입됐어요."
김이준, 이수찬, 윤재찬, 황성빈, 우민규, 김단 등 럭비부원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김요한은 이들과 촬영 전부터 함께 훈련하며 자연스럽게 끈끈한 유대를 쌓았다. 첫 만남부터 운동장에서 훈련하고 함께 샤워하며 시작한 관계는 진짜 팀처럼 뭉치게 했다.
"친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첫 만남이 운동장이었는데 훈련하고 다 같이 샤워하면서 시작부터 모든 걸 보여준 관계였거든요(웃음). 같이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면서 더 가까워졌고 촬영 전에 이미 팀처럼 뭉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도 아이디어나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오갔고 좋은 에너지가 만들어졌습니다."
김요한은 '트라이'를 인생의 전환점이자 기적 같은 작품으로 기억했다. 부상과 좌절, 그리고 아이돌로서의 굴곡을 지나 배우로 다시 선 자리에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트라이'의 부제목 자체가 '기적이 된다'잖아요. 정말 이 작품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연기를 조금이나마 보여드릴 수 있었고 다음 작품에 더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트라이'가 제게는 기적이에요."
김요한은 '트라이' 이후에도 새로운 기적을 향해 달린다. 그룹 위아이 컴백 준비뿐만 아니라 차기작으로 영화 '메이드 인 이태원' 출연을 확정했다. 그는 "위아이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2년 만에 멤버들과 함께하는 거라 설렌다. 지금 신곡 안무 연습도 하고 영화 리딩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