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손예진 "이병헌 발언 이슈 후 농담 금지령"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09.25 10:56

'협상' 이후 '어쩔수가없다'로 7년만 스크린 복귀
극 중 미리 역으로 이병헌과 부부 호흡
"분량 적었던 미리, 박찬욱 감독과 논의하며 발전시켜"

배우 손예진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예진이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남편 현빈을 만나게 해준 '협상'(2018)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복귀 무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면면들로 채워졌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박찬욱 감독, 상대역은 이병헌이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첫날 33만 1,52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예진의 화려한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어쩔수가없다'는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회사에서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전쟁 같은 재취업에 나선 이야기를 그린다. 만수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그 곁을 지키는 아내 미리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원작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미리를 영화적 서사에서 어떻게 숨 쉬게 할 것인지, 손예진은 이 과제를 배우로서 오히려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미리는 처음에 분량도 없고 존재감도 없었어요. 원작에서도 그래요. 그럼에도 대본을 딱 받아서 읽었는데 너무 강렬하더라고요. 박찬욱 감독님이 잘 만들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내가 미리라는 캐릭터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원래 미리의 서사가 많이 없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많이 발전시켜 나갔어요."

배우 손예진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이 체감한 부담은 단순히 비중의 문제가 아니었다. 극적인 클로즈업도, 강렬한 감정 폭발도 없는 인물이기에 오히려 디테일한 균형 감각이 요구됐다. 미리가 가정의 균형을 잡고 만수의 선택을 끌어내는 축이라면 손예진은 그 절제된 힘을 체화해야 했다.

"배우로서 고민이 있었죠. 미리는 클로즈업도 많지 않고 극적인 대사도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손짓이나 발짓을 평소보다 더 크게 하면서 존재감을 살리려 했어요. 만수랑 싸울 때도 원래 잘 안 하는 과장된 동작을 일부러 넣었죠. 강렬한 캐릭터라면 오히려 쉽지만 절제된 인물을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렇게 미리는 원작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다듬어졌다. 부유한 친정을 둔 인물로 설정될 뻔했지만 손예진은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기도 했다.

"감독님이 미리를 부잣집 딸로 설정하려고 하더라고요. 근데 남편이 실직했는데 친정이 부유하면 자연스럽게 손을 벌리게 되잖아요. 그럼 이야기가 무너져요. 현실적으로 납득이 안 됐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설득했고 결국 부자는 아닌 걸로 바뀌었죠.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제게도 도전이었어요."

배우 손예진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손예진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는 감독이 미리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상과 달랐다고 했다. 처음 대본을 읽으며 상상했던 통통 튀고 밝은 아내상과 달리, 박 감독은 일상에 스며드는 현실감을 더 원했다. 덕분에 배우로서 더 큰 절제와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저는 미리를 보면서 훨씬 더 발랄하고 말도 많고 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감독님은 일상에 묻어나는 느낌을 바라시더라고요. 대사도 크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극적인 상황이 없어요. 그 안에서 현실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색과 어긋나지 않게 해야 해서 고민이 많았죠. 계산적으로 조율하기보다는 현장에서 계속 부딪히면서 답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상대역 이병헌과의 호흡도 또 다른 동력이었다. 특히 부부싸움 장면은 현실적인 유치함 속에서 두 배우의 합이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따로 맞춰보지 않았음에도 두 사람의 리듬은 놀라울 만큼 잘 맞아떨어졌다.

"아무리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더라도 세상 가장 유치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결코 어른이 아닌 순간도 많죠. 미리가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포인트가 만수랑 싸울 때예요. 대사도 많고 호흡도 중요한데, 이상하게 이병헌 선배님이랑은 따로 맞춰보지도 않았는데 정말 잘 맞았어요."

배우 손예진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다만 개봉 전 제작보고회에서 이병헌 발언은 잠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손예진이 아역 배우에게 무심하게 대했다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오해가 불거졌고, 급기야 아역 배우의 어머니가 직접 나서 손예진을 두둔하는 해명까지 이어졌다. 당사자인 손예진은 당시 상황을 "그저 웃자고 한 농담이 과장돼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차분히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친하지 않으면 농담을 못 하잖아요. 선배님과는 작품 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우리끼리 쌓아온 코드가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이 농담이 그렇게 곡해될 거라 생각을 못 했죠. 그냥 웃자고 한 이야기였는데 일이 커져서 이병헌 선배님이 저한테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어요. 저는 정말 농담으로 받아들였고 즐겁게 웃었던 기억이라 사과할 필요 없다고 했죠. 다만 그 뒤로 저희 사이에서 농담 금지가 생기긴 했어요(웃음)."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자신의 삶과 연기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며 맞이한 첫 영화라는 점에서 현실의 무게와 배역이 자연스럽게 겹쳐졌고, 계절이 바뀌듯 배우로서의 시선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봄과 여름을 지나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듯한 감각, 그 변화가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그는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웠어요. 그런데 요즘은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나더라고요. 제 연기 인생도 봄,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것 같아요. 저문다기보다는 변화를 맞이한다고 생각해요. 더 멋있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작품도, 제 삶도 지금은 달려야 할 시기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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