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골짜기를 넘어라!" AI 영화의 미래 [IZE 진단]

김형석(영화 평론가) 기자
2025.10.29 08:00

국내 첫 AI 영화 '중간계'로 점쳐본 영화의 운명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지난 15일에 개봉한 강윤성 감독의 '중간계'는 영화 내용보다 극장 개봉용 상업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한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더 화제를 끈 작품이다.

사실 관객의 평가는 좋지 않다. 시리즈로 이어진다고는 하나 61분이라는 러닝타임도 조금 애매하고, 이야기도 그렇게 신선하진 않았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크리처도 왠지 낯설다. AI 영화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그 기술이 활용되었을 뿐, 우리가 익히 보았던 실사 장르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하는 건, '중간계'는 제목처럼 영화의 매체적 이행기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며 AI가 이제 성큼 영화산업에 다가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상황은 2000년대 초, 디지털이 필름을 대체하기 시작했던 시점을 연상시킨다. 디지털이 등장했을 때 과연 ‘필름 영화’를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그 편의성으로 인해 디지털은 빠른 시간 안에 필름을 삼켜 버렸고 업계의 스탠더드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두 번째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AI는 영화를 바꿀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이미 바꾸고 있고, 영화를 포함해 영상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다. 영화의 역사가 130년 정도 된다고 할때, 21세의 관객들은 디지털과 AI라는 두 번의 혁명을 겪게 되는 셈이다.

AI 영화 기술은 기존의 영화와 패러다임이 다르다. 전통적인 영화 제작은 시나리오를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제작을 준비하고 촬영을 한 후 편집과 후반작업을 거쳐 개봉하는 것이다. 작품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과정의 가장 큰 단점은 돈과 시간이 많아 든다는 것이다. AI 영화 기술은 프롬프터를 통해 작업한다. 간단히 말하면 촬영 과정이 없다. 이것은 거대한 혁신이다. '중간계'처럼 기존의 영화 제작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부분 활용한 영화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영화 전체를 AI 기술로 제작한 장편들이 나올 것이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물론 관건은 대중성이다. 사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오로지 AI 기술로만 만들어진 영화들의 경우 뭔가 불쾌함을 주는 건 사실이다. 인간 아닌 것이 인간과 비슷해질 때 그 어설픈 유사성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는 이른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가 존재하는 것이다. 앞으로 100% AI 영화가 나올 때 관건은 바로 그 불쾌한 느낌을 없애는 것이며, AI만의 나름의 미학적 성취를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적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이 문제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테크놀로지의 변혁적 능력이 영화에 머물지 않고, 방송이나 유튜브나 OTT 같은 플랫폼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과학 다큐에서 공룡 시대를 시각화하고, 역사극에서 사건을 재연하고, 단 몇 줄로 쇼츠를 만드는 등 적절한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AI가 그 실력을 발휘할 만한 분야는 영화 이외에도 많다. 아니, 영화보다 훨씬 더 궁합이 잘 맞는 분야들이 무궁무진하다. 영상 제작뿐만 아니라 복원에도 AI는 유효하다. 필름이 유실되어 제목만 남아 있는 수많은 영화들을, 당시의 시나리오와 관련 사진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 AI 기술을 통해 그럴 듯하게 현재화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일 수도 있지만 AI를 통해 제작의 파이프라인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AI 낙관론을 펼친 것 같지만, 이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오히려 필자의 과문함으로 현재 AI의 위용을 이 글에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이 필름을 집어삼킨 것처럼, AI 영화가 영화 전체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디지털도 그 매개체가 바뀌었을 뿐, 영화의 아이디어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하고, 놀랄만한 스펙터클을 보여주고, 관객의 지적인 능력과 감성적 감각을 자극하는 영화 매체의 본질은 AI 영화에도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름으로 찍든, 디지털로 제작하든, AI 명령어로 만들든, 그것이 영화라는 이름을 지닌다면 결국 그 본질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것은 OTT의 등장과 AI의 창궐로 ‘영화의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형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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