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이 부러워지는 가장 큰 이유 '내조의 여왕', 명세빈

조성경(칼럼니스트) 기자
2025.11.26 09:46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연기로 '제2의 전성기' 열어젖히나?

사진제공=SLL, 드라마 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명세빈을 다시 말하게 되는 요즘이다. 현재 직장인들과 중장년 사이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극본 김홍기·윤혜성, 연출 조현탁)에서 명세빈이 새롭게 빛나고 있다.

90년대 말~2000년대 초 안방극장을 평정했던 명세빈의 청초한 미모와 은은한 존재감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 속 박하진 역을 맡은 명세빈은 과거의 이미지에 기대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의 파고를 온전히 통과한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결의와 여유를 뿜어내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삶의 무게를 차분히 견뎌낸 내공이 깃든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김 부장 이야기’는 임원 승진을 바라보던 대기업 부장 김낙수(류승룡)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었던 모든 걸 한순간에 잃으면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 여기서 명세빈은 김낙수의 아내 박하진으로 나서며 일상의 숨결까지 잡아내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현실에서 볼법한 중년 여성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동시에 소위 생활연기라고 하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대사 처리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중이다.

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게다가 명세빈에게 더욱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명세빈이 등장하는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그 한 장면 한 장면의 밀도가 유독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다. 말보다 표정으로, 감정 과잉보다 절제로 구현되는 명세빈의 박하진은 오히려 시청자의 감정을 더 깊숙이 끌어당긴다. 김낙수가 끝내 희망퇴직을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가 대표적이다.

박하진은 말 없는 남편의 표정을 읽고, 상황을 가늠하더니 따뜻한 목소리로 “수고했어, 김 부장”이라며 남편을 보듬어 안았다. 평범한 가정의 중년 아내가 나긋이 전하는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이 “우리가 바라고 필요한 아내의 모습, 가족의 모습”이라고 말할 만큼 강한 공감을 낳았다. ‘내조의 여왕’이라는 오래된 표현을 새롭게 되살리며, 아내의 존재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최근 방송에서는 명세빈의 또 다른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김낙수가 얼토당토않은 가격으로 상가를 분양받은 사실을 알게 된 박하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김낙수”만 연거푸 내지르던 장면은 명세빈의 진가가 폭발한 대목이었다. 같은 이름을 반복하지만, 매번 다른 감정이 전달됐다. 절규하는 목소리에서 미묘한 감정변화가 느껴지면서 순식간에 시청자들까지 감정의 파도에 올라타게 했다. 단순한 대사만으로도 캐릭터의 마음을 읽게 만드는 명세빈의 힘이다.

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소위 경단녀였던 박하진의 서사도 안방팬들을 흥미롭게 한다. 한때 ‘카드 영업 여왕’으로 불렸을 만큼 커리어가 있었지만, 결혼 후 경력이 중단됐던 박하진이 남편의 실직을 앞두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또한, 마침내 작은 돈이라도 집안에 보태기 시작했다. 그러니 원작소설에서도 박하진이 가족의 새로운 기둥이 된다고 알려진 마당에, 시청자들이 박하진의 성장과 성공을 기다리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됐다.

물론 “명세빈이 집안을 일으킬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는 명세빈이 보여주는 연기력의 무게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신뢰다. 섬세함과 강단, 정감과 우아함의 절묘한 균형을 보여주는 명세빈이 박하진의 도전과 성장으로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성취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는 믿음이다. 당장 10회 엔딩에서도 박하진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는 결단을 보이는 모습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낙수의 반발이 예고됐지만, 박하진만의 해법이 있으리라 기대가 모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늘 기품을 잃지 않는 명세빈은 남편의 그늘에서 나와 자신의 몫을 해내려 도전하는 박하진의 모습을 통해 백조의 물장구를 연상하게 한다. 명세빈이 고결한 아름다움을 뿜어내지만, 박하진의 고뇌와 새로운 출발을 보면서 그 이면의 노력을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이렇듯 명세빈이 박하진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조명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위로의 형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낸 연기로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호수처럼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연기가 삶의 무게 속에서도 벅차게 아름다운 인생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명세빈의 클래스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김 부장 이야기’를 통해 재발견한 명세빈을 향한 놀라움과 반가움을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도 자연스레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특히 ‘김 부장 이야기’의 남은 2회 동안 박하진이 펼칠 새로운 인생 2막에 시선이 집중된다. 더불어 이 작품을 기점으로 시작된 명세빈의 제2 전성기 역시 어떤 궤적을 그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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