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봉한 '프로젝트 Y'는 가진 거라곤 서로뿐인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인생을 바꿀 한 번의 기회를 붙잡고 검은돈과 금괴를 훔치며 벌이는 범죄 엔터테이닝 무비다. 두 인물은 내내 쫓고 쫓기는 상황에 놓이고, 영화는 그 질주를 장르의 속도감으로 밀어붙인다.
한소희는 '프로젝트 Y'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무서움"이었다고 고백했다. 큰 스크린에서 확대된 자신의 얼굴이 관객에게 얼마나 세밀하게 읽힐지, 그 미세한 떨림까지 감당할 연기를 했는지 두려웠다고 했다.
"조금 무서웠어요. 큰 스크린으로 제 얼굴을 본다는 것 자체가 저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관객들이 본다는 거니까요. 그에 부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걱정도 많이 했어요. 주제도 무거워서 어떤 시선을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엄청 복잡해요."
한소희는 미선을 도경과 결이 다른 인물로 잡았다. 도경이 한탕의 행복을 좇는 사람이라면, 미선은 눈앞의 삶을 버티며 안정을 끝까지 붙드는 쪽으로다. 그래서 미선을 연기할 때는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전제를 먼저 세우고, 인물이 꿈꾸는 삶이 결국 가장 보통의 삶이라는 점에 설득력을 부여하려 했다. 동시에 그는 미선이 가진 결핍이 무엇인지 오래 생각했다고 했다.
"미선은 도경보다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도경이는 한탕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면, 미선이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친구였어요. 그 차이를 두고 연기하려고 했죠. 결국 미선이가 꿈꾸는 삶이 가장 보통의 삶이거든요. 그 지점으로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한소희는 작품에서 미선의 선택을 현명한 결정이라고 미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나이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기보다, 어리숙한 두 사람이 택한 삶의 대가를 치르는 이야기라고 봤다. 그래서 준비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미선이 가진 결핍을 붙잡고 오래 생각했다.
"배우는 극 중 인물을 연기함으로써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하거든요. 미선의 행동은 사실 되게 어리석은 방법이죠.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선이가 가진 결핍을 많이 생각했어요. 미선이는 결국 사랑에 대한 결핍으로 행동하는 인물로 봤어요."
특히 그는 미선을 도경과의 관계에서 더 선명해지는 인물로 봤다. 전종서가 만들어낸 도경의 결을 지켜보며 미선이 그 불안정함을 어떻게 받쳐줘야 하는지 계속 계산했다고 말했다. 도경이 있기 때문에 미선이 더 빛날 수 있다는 판단은 곧 두 캐릭터의 밸런스로 이어졌다. 그는 촬영 과정에서 서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집중력을 올렸다.
"도경을 연기하는 (전)종서를 보면서 미선이는 이런 도경이의 부분을 받쳐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경이가 있기에 미선이가 빛나는구나 싶었고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호흡은 작품 안에서만 만들어진 게 아니다. 한소희는 전종서와 함께 대본을 읽으며 이 작품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같이 하자"는 선택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절친인 관계가 주는 편안함이 있었지만, 그는 그 우정만으로 작품을 설명하진 않았다. 친구를 떠나 배우로서 전종서를 좋아했고, 자신과 마주했을 때 전종서가 어떤 얼굴을 꺼낼지 궁금했다고 했다.
"사실 저희가 종서 집에서 대본을 같이 봤어요. 친구 관계를 차치하더라도 배우로서 종서를 정말 좋아해요. 저라는 사람과 연기했을 때 어떤 종서의 모습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종서도 또래 동성 배우랑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궁금했다고 하더라고요."
한소희는 영화 속 두 사람이 친구로 보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설정 이상의 설득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절친인 현실과 달리, 스크린 속 관계는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균형으로 완성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도경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쪽이라면, 미선은 한 가지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힘을 가진 인물로 기능해야 한다고 봤다.
"친구라고 해서 성향과 성격이 100% 일치할 순 없잖아요. 그래도 둘이 왜 각별한지에 대해서는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도경의 역할이 있고, 그걸 한 가지 고집으로 뚫고 가는 힘은 미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서로 보완해주는 게 있어서 친구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실제 전종서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내가 예민할 때 종서는 무던하고, 종서가 예민할 때 내가 무던하다. 그런 순간들에 서로가 위로가 돼줬다. 직업군이 같아서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거나, 진심으로 마음 깊이 공감하고 헤아려준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프로젝트 Y'가 전하는 메시지가 많다고 말하면서도, 그중에서도 결국 남는 건 관계의 감정이라고 봤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더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 하나만 곁에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이 영화를 혼자 보기보다 정말 가까운 친구와 함께 보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많지만, 가족이 없어도 마음 맞는 사람 하나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랑 와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그는 'MZ 워너비'로 불리는 만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하지만, 그 책임감이 작품을 무겁게 규정하길 원하진 않았다. 한소희는 '프로젝트 Y'가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 남길 바랐다. 동시에 이번 작품을 통해 팬들이 "한소희에게도 이런 얼굴이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발견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요즘 어린 세대들을 보면 자아가 확실해진 느낌이 들어요. 작품을 볼 때도 자기만의 해석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작품을 통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것도 있고 의무감도 있어요. 하지만 이미 그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잘 쌓아가고 있기 때문에 오락 영화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기도 해요. 팬들은 제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이런 모습도 있구나' 느꼈으면 좋겠어요."
한소희는 자신을 둘러싼 시선과 반응을 대하는 방식도 예전과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관심이 몰릴수록 스스로를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해부하며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지금은 한 발 떨어져 자신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려 한다. 대중의 관심 자체를 "복에 겨운 일"로 받아들이는 생각도 내보였다.
"과거엔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심할 정도로 많이 했어요. 왜 내가 이런 사고를 하는지, 내가 왜 이런 관심을 받게 됐는지 그런 식으로요. 요즘에는 저를 객관적으로 두고 생각하려고 해요.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되게 복에 겨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중의 여러 반응은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개선할 점은 개선하고 불필요한 부분들은 넘기고, 그런 것들을 쉽게 수정하려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제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이고, 그걸 감당하지 못하면 이 일을 포기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