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통’ 고윤정, 사랑의 마음을 잘 해석하는 로맨스 전문 통역사

조이음(칼럼니스트) 기자
2026.01.28 10:4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의 통역되나요?'는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가 추락 사고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인물과 그의 내면의 또 다른 인격 도라미의 관계를 통해 감정의 통역을 다룬다. 도라미는 차무희가 표현하지 못하는 솔직한 감정을 대신하며, 두 인물의 관계는 감정의 통합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랑이라는 감정을 설명하는 말은 많지만, 정작 사랑에 빠진 순간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일까.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에도, 다가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에도 우리는 늘 한 박자쯤 망설인다. 혹시 상처받지는 않을지, 이 감정이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닐지 스스로를 검열한다. 그래서 사랑의 시작에는 늘 마음과 말 사이의 어긋남이 따라붙는다. 지난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되나요?’(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유영은, 이하 ‘이사통’)는 바로 그 어긋남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작품의 중심에는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가 있다. 무명 배우였던 차무희는 영화 촬영 도중 추락 사고를 당해 6개월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눈을 떠보니 자신은 어느새 세계적인 스타가 돼 있다. 하지만 쏟아지는 관심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기쁨보다 어색함에 가깝다. 사랑을 받아야만 유지되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사랑받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 그렇기에 차무희는 자신을 향한 호의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말을 고르고 또 고르며 스스로를 방어하는 쪽을 택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런 그의 이면에는 도라미가 있다. 사고 이후 차무희에게만 보이기 시작한 ‘망상’이자 시간이 흐르며 점차 대화를 나누고 영향력을 키워가는 또 하나의 인격이다. 차무희의 내면에서 태어난 도라미는 지금껏 차무희가 삼켜온 말들을 대신 내뱉는다. 직설적이고 충동적이며, 때로는 무례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 말들에는 계산이 없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시원하게 표현한다. 도라미는 차무희가 하지 못한 말들의 집합체이자, 사랑 앞에서 가장 솔직한 마음의 얼굴이다.

고윤정은 이 두 인물들에 다른 온도의 감정을 얹는 방법으로 캐릭터를 보여준다. 차무희일 때는 조심스러운 말투와 함께 흔들리는 시선을 숨기지 못하고, 도라미가 등장하면 눈빛이 또렷해지며 호흡이 빨라진다. 작은 변화지만 그 차이는 분명하다. ‘이사통’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화면 속 인물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1인 2역이라는 설정이 과장된 장치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흥미로운 점은 도라미가 단순한 분열이나 문제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다중인격 캐릭터가 등장했던 많은 작품에서는 메인 인격이 아닌 존제는 결국 제거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도라미는 차무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를 위해 존재하는 통역사에 가깝다. 차무희의 마음속에만 머물던 감정을 말로 옮기고, 사랑 앞에서 망설이던 진심을 대신 전달한다. 다중언어 통역사가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통역’은 언어가 아니라 감정에 관한 이야기임을 차무희와 도라미의 관계가 분명히 보여준다.

고윤정은 차무희와 도라미, 둘인 듯 하나인 이 인물들을 섬세하게 현실로 불러온다. 극 중 차무희가 출연한 영화 속 캐릭터였던 좀비 소녀 도라미는 기괴한 화장과 요란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고윤정은 이를 어둡거나 위태로운 이미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유쾌하고 당당한 에너지를 부여해 차무희의 내면을 씩씩하고 사랑스럽게 드러낸다. 그 덕에 시청자는 이중적인 설정 앞에서 거리감을 느끼기보다, 인물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고윤정의 이러한 연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tvN ‘환혼’에서 보여준 다층적인 캐릭터부터 디즈니 플러스 ‘무빙’에서 감정과 액션을 동시에 끌어안은 경험, tvN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에서 현실에 눌린 청춘을 그려낸 연기가 차곡차곡 쌓여 이번 작품으로 이어졌다. ‘이사통’은 그동안 고윤정이 다져온 연기 결이 로맨스라는 장르 안에서 한층 자유롭고 부드럽게 드러난 작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고윤정에게 처음으로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주연작이다. 로맨스는 장르물보다 오히려 더 까다로운 장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감정이기에, 조금만 어긋나도 진정성이 쉽게 깨진다. 고윤정은 과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난관을 넘는다. 사랑을 자각하는 순간 인물에게 드러나는 미묘한 동요, 상대의 말을 이해하게 되는 찰나의 표정 변화가 자연스럽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을 연기한 김선호와의 호흡 역시 이러한 감정선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두 배우는 설렘을 앞세우기보다 서로 다른 언어와 감정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차분히 쌓아 올린다. 그래서 이들의 로맨스는 달콤함보다 신뢰에 가깝고, 그 점은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이사통’은 같은 사랑을 말하면서도 서로 다른 표현 때문에 닿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이자,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관한 이야기다. 차무희의 속내를 통역하던 도라미는 결국 차무희 그 자체로 스며들어 하나가 된다. 문제를 제거하거나 피하는 게 아니라 통합하는 것. 이는 차무희의 성장이자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고윤정은 이 감정의 결말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설득하며 캐릭터의 성장을 완성한다.

‘이사통’을 통해 고윤정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한다. 그는 화려한 설정 속에서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의 결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통역해낼 줄 아는 배우라는 것을 말이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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