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상민은 잘생겼다. 물론 이 말에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문상민은 잘생겼다'는 보편타당한 명제에 이르게 된다. '방과 후 전쟁활동'(2023)에선 다소 괴짜이긴 했으나 '잘생긴 얼굴 막쓰는'이라는 설정이 깔려 있었고, '웨딩임파서블'(2024) 인물 소개란에는 '빛나는 외모와 기럭지'라고 적혀 있다. 막 종영한 '은애하는 도적님아'(2026)에서는 등장인물 소개 첫 줄부터 '출중한 외모, 훤칠한 자태, 타고난 품위'라는 말이 쓰여 있다.
모두가 납득할 순 없어도, 다수가 납득할 만한 잘생긴 외모이기에 그런 역할들이 반복해 주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잘생긴 왕자님으로 활약했던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상민은 자신의 잘생긴 역할 계보에 또 하나의 작품을 추가했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다.
이 작품에서도 문상민은 잘생겨서 여자들의 호감을 쉽게 얻는 인물, 경록을 연기한다. 백화점 지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처지이지만, 얼굴 하나로 일터의 상위 계층인 명품 매장 직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그런데 하필 그가 마음에 품는 대상은 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인 미정(고아성)이다. '공룡'이라 불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살아온 여자, 화장기 없는 얼굴과 음울한 분위기, 늘 고개를 숙인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쉽게 호감을 얻는 얼굴을 가진 경록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존재다. 그럼에도 경록의 시선은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미정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이 미묘한 감정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챈 이는 같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요한(변요한)이다. 요한은 경록이 제 마음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을 때 그의 뺨을 포크로 찌르며 말한다. "너 이 뾰족한 거 세 개 보이지? 이제 지금 네 마음이야. 하나는 어긋난 호의 하나는 싸구려 동정 하나는 일회성 휴머니즘. 너 불쌍하다고 이걸로 막 찌르고 그러면 안 돼. 특히 너는, 왜인 줄 알아? (얼굴이) 치명적이잖아"라고.
같은 호의라도 경록이 하면 달라지는 친절의 무게. 잘생긴 남자(또는 여자)의 호의는 상대의 마음속에 쉽게 날개를 단다.
특히 경록은 멋을 부리지도, 매력이 강조되지도 않는다. 더벅머리에 낡은 점퍼, 구김 많은 옷 차림으로 화면에 서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꾸미지 않아서 오히려 맑고 건조한 분위기로 시선을 붙든다. 꾸밈없고 무심한 상태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어떤 밀도, 그것이 경록이라는 인물을 이 영화 안에 단단히 붙잡아 둔다.
'파반느'의 질감은 어딘가 오래된 홍콩 멜로를 떠올리게 한다. 비유와 여백에 맡기는 대사, 살짝 바랜 듯 남겨둔 화면, 인물의 얼굴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 카메라, 그리고 장면 사이를 미묘하게 메우는 음악까지.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건조한 리듬 속에서 문상민의 얼굴은 하얀 화면 위의 커다란 색점처럼 존재한다.
잘생김은 여전히 그의 가장 눈에 띄는 조건이지만, '파반느'에선 그것을 요란하게 들이밀기보다 은근하게 퍼트린다. 대신 화면에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이 남는다. 아직 완전히 숙성된 연기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이 영화 속 문상민에게는 분명한 잔상이 있다. 그리고 그 잔상은 그가 '잘생긴 배우'라는 익숙한 수식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준다.
이제 스물여섯.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간은 아직 길지 않다. 여전히 교복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풋풋하고, 연기 역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 얼굴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라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대를 갖고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