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만 담갔다 하면 '천만'이다.
배우 이준혁이 출연한 영화들이 잇따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신과 함께'(2017, 2018) 시리즈부터 '범죄도시3'(2023), '서울의 봄'(2023), 그리고 최근 '왕과 사는 남자'(2026)까지. 이준혁은 어느새 다섯 번째 1,000만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쥐었다.
이준혁의 1,000만 필모그래피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양한 비중으로 만들어져서다. 주연과 조연,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고 참여한 작품들이 모두 대형 흥행으로 이어졌다. 역할의 크기보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해 온 선택이 결과적으로 다섯 번째 1,000만 기록으로 이어졌다.
최근 1,000만 필모그래피를 추가한 '왕과 사는 남자'에서 이준혁은 단종의 숙부이자 세종의 여섯째 아들인 금성대군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등장 장면은 길지 않지만 단종을 향한 충심과 권력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강직함을 강렬하게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짧은 분량에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장항준 감독은 이준혁의 캐스팅을 두고 "천운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을 만큼 만족해했다. 장 감독은 "가장 충신으로 기능했던 왕자인 만큼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현되지 못할 정의를 꿈꾸며 역사의 물줄기를 정방향으로 세우려는 올곧은 인물이라 왕족의 기품을 지닌 배우가 필요했다. 영화 속 이준혁의 태도와 발성 모두 감사했다"고 했다.
장항준 감독의 말처럼 이준혁은 왕족 특유의 기품과 강직한 충절을 함께 수반하며 금성대군이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특별출연이라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캐릭터에 대한 집중력이 더해지며 인물의 무게감을 또렷하게 만들어냈다.
1,000만은 결코 우연으로 닿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과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 시작은 '신과 함께' 시리즈였다.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군 부대 비극의 중심에 놓인 박무신 중위를 연기한 이준혁은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신과 함께-인과 연'까지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세 번째 1,000만 영화 '범죄도시3'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그는 마석도(마동석)의 맞수로 등장하는 핵심 빌런 주성철을 연기했다. 신종 마약 범죄의 배후이자 부패 경찰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맡아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20kg 이상 체중을 늘리는 파격적인 변신으로 냉혹한 악역을 완성하며 존재감을 각인했다.
'왕과 사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특별출연했던 네 번째 1,000만작 '서울의 봄'에서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배경으로 육군참모총장의 경호 장교로 등장했다. 군인의 책임과 긴박한 상황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작품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준혁의 1,000만 기록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영화 출연 편수가 많은 배우가 아니라는 데 있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그는 영화 출연작이 10편 남짓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5편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섰으니 흥행 타율이 상당한 편이다. 발만 담갔다 하면 '천만'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작품의 크기보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먼저 바라보는 그의 선택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드라마와 시리즈에서의 활약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나의 완벽한 비서'나 '좋거나 나쁜 동재' 등 주연 타이틀을 단 작품에서 흥행과 연기 두 측면 모두 존재감을 증명해 왔다. 주연으로서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이 탄탄하니 짧은 등장만으로도 인물을 압축해 내는 내공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과 함께 '흥행과 함께 움직이는 배우'가 된 이준혁.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부터 SBS '각성', 시리즈 '태연한 거짓말'까지 차기작만 여러 편이다. OTT와 TV를 오가며 또 다른 얼굴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주는 미더움은 이미 차고 넘친다. 다음 작품에서 보여줄 이준혁의 연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