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정선희가 남편 사별 후 포털사이트에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가 들은 말이 가치관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남겨서 뭐하게'에는 정선희가 출연해 MC 이영자, 박세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 정선희는 남편 안재환과 사별 후 한 포털 사이트에 연락했던 일을 떠올렸다.
정선희는 "포털 사이트에 전화한 적이 있다. '포털 사이트에 내가 시커멓게 입고 우는, 오열 사진이 너무 떠돈다. 그것 좀 제발 지워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분이 너무 영혼 없이 '못 지웁니다'라고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이어 "(화가) 확 올라왔다. 생면부지의 남한테 내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당사자인데! 나는 평생 그럼 그 얼굴로 살아야 해요?'라고 했더니 그분이 '웃는 얼굴로 덮으시면 됩니다'라고 하고 끊었다"고 전했다.
정선희는 "그게 누가 보면 너무 냉혹한 멘트이지만, 나는 뒤통수가 너무 개운해졌다. 지울 수가 없는데 웃는 얼굴로 덮을 수 있대. 내 웃는 얼굴로 덮으려고 그날부터 많이 웃고 다녔다. 그게 내 인생의 가치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울 수 없으면 더 좋은 걸로 덮으면 된다. 지금도 내가 방송을 나가면 '또 정선희 나왔네', '재수 없어', '싫어', '용기 내요', '응원해요' 등 여러 꼬리표가 붙을 거다. 그런데 괜찮다. 이 추억과 즐거움으로 덮으면 된다. 그렇게 구력을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선희는 "이겨낸 기억은 없다. 이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무너졌다. 견뎌야겠다는 생각보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평범한 하루를 살 수 있게끔 만날 수 있는 사람만 만났다. 그게 내 방식의 회피였다. 근데 나는 가끔 그렇게 도망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장에서 창에 찔려 피가 나는데 그 배를 움켜쥐고 싸울 수 없지 않나. 어딘가 숨어 그 상처가 나을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그게 저한테는 일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밥 먹고 장 보고, 책 읽고 청소하고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그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 그게 너무 당연해서 화려한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버티는 오늘이었는데, 그 하루가 얼마나 값어치 있는지 몰랐다. 보통의 삶을 유지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평범하고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밋밋한 일상이 너무 소중해지더라"라고 말했다.
정선희는 1992년 SBS 공채 1기 개그맨으로 데뷔해 2007년 배우 안재환과 결혼했지만, 이듬해 9월 사별했다. 안재환은 생전 연예기획사를 설립했다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선희는 고(故) 안재환의 사망과 관련한 각종 음모론과 루머에 시달렸고, 논란의 여파로 방송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논란 7개월 만인 2009년 4월 SBS 러브FM '정선희의 러브FM'으로 공백기를 깨고 방송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