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인의 축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 한층 또렷해지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인 최초의 심사위원장 탄생부터 4년 만의 경쟁 부문 진출, 그리고 다수의 한국 배우 및 감독들이 칸 레드카펫을 밟으며 전 세계인에 한국 영화의 위상을 각인할 전망이다.
박찬욱 감독, '칸의 총아'에서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단연 박찬욱 감독의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위촉이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인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아시아인으로서도 2006년 왕가위 감독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12일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으며 공식 일정을 시작한 박찬욱 감독은 깜짝 참석한 봉준호 감독과 함께 현장을 빛냈다. 그는 개막 전 인터뷰에서 "국적이나 정치적 이념 등 외부 요소가 아닌 50년 뒤에도 살아남을 예술적 성취를 기준으로 심사하겠다"고 공정한 평가를 예고했다.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 등으로 '칸의 총아'라 불려 온 박 감독이 올해 22편의 경쟁작을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
4년 만의 경쟁 부문 진출 쾌거… 나홍진 '호프', 황금종려상 정조준
올해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황금종려상을 다투는 작품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한국 영화가 칸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22년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과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후 4년 만이다. 데뷔작 '추격자'부터 '황해' '곡성'에 이어 신작 '호프'까지 장편 영화 4편을 칸에 진출시키는 진기록을 세운 나 감독이 이번에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지의 존재가 출몰한 마을의 위기를 그린 이 영화는 황정민·조인성·정호연 등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과 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나홍진 감독과 황정민·조인성·정호연·마이클 팬스벤더 등은 17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리는 레드카펫과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하고, 18일에는 공식 포토콜과 기자회견을 통해 글로벌 취재진과 만난다.
'군체' 연상호·'도라' 정주리, 칸의 밤낮 달굴 韓 작품들
비경쟁 부문에서도 한국 감독들의 활약은 이어진다.
이달 국내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 연 감독의 칸 초청은 '돼지의 왕' '부산행' '반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고립된 생존자들과 감염자들의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을 위해 연 감독과 전지현·구교환·지창욱·신현빈·김신록 등 주역 배우들이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이들은 16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상영 및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열기를 더할 예정이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도 감독주간에 초청돼 17일 월드 프리미어를 갖는다. 정 감독은 장편 데뷔작 '도희야' '다음 소희'에 이어 '도라'까지 장편 세 작품을 칸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한국 여성 감독이 장편 3편을 모두 칸에 올린 것은 정 감독이 처음이다. '도라' 팀은 17일 월드 프리미어와 프레스 상영, 감독주간 위원장과의 Q&A를 소화하며, 정 감독과 두 주연배우 김도연·안도 사쿠라가 현지 일정에 함께한다.
임윤아, 글로벌 앰버서더로 다시 밟는 칸 레드카펫
배우 임윤아도 칸의 부름을 받았다. 주얼리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 자격으로 공식 초청된 임윤아는 17일 팔레 드 페스티벌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고혹적인 자태를 뽐낼 예정이다. 2024년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같은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현장을 빛낸 바 있는 그는 올해 다시 칸을 찾아 글로벌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줄 전망이다. 또 영화계 여성들의 공헌을 기리는 '케어링 우먼 인 모션' 시상식에도 참석해 글로벌 인사들과 교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