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박해수 vs 이희준, 한솥밥 식구의 살 떨리는 연기 배틀 [한수진의 VS]

한수진 ize 기자
2026.05.14 16:55

매회 안방극장을 압도하는 숨 막히는 심리전
뻔한 브로맨스 넘어선 핏빛 대결로 카타르시스 선사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강성 연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형사 강태주(박해수)와 검사 차시영(이희준)의 대립 구도를 그렸다. 박해수는 진실을 향해 우직하게 돌파하는 강태주를, 이희준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판을 흔드는 차시영을 연기하며 극강의 텐션을 선사했다. 두 배우의 전혀 다른 질감의 연기 대결은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극의 가장 뜨거운 동력이 되었다.
ENA '허수아비' 스틸 컷 / 사진=KT스튜디오지니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마리 맹수가 각자의 이빨을 드러낸다. 한 명은 진실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고, 다른 한 명은 그 진실을 자신의 발밑에 짓누르기 위해 덫을 놓는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강성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중심에 두고 형사 강태주(박해수)와 검사 차시영(이희준)의 지독한 대립 구도를 그리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관전 요소는 단연 박해수와 이희준이 펼치는 연기 차력쇼다. 두 사람은 실제론 오랜 기간 BH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 먹으며 돈독한 사이를 다져온 막역한 사이지만, 극 중에서는 서로를 향해 살벌한 날을 세우며 반전의 묘미를 더한다. 얽히고설킨 딜레마 속에서 우직하게 돌파하는 박해수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판을 흔드는 이희준. 전혀 다른 질감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혼란과 극강의 텐션을 선사하고 있다.

ENA '허수아비' 스틸 컷 / 사진=KT스튜디오지니

박해수, 진실을 향해 닻을 내린 거침없는 중력

박해수의 연기에는 화면의 공기를 묵직하게 끌어당기는 중력이 있다. 그가 연기하는 형사 강태주는 극 중 가장 가혹한 운명의 시험대에 오른 인물이다. 하나뿐인 여동생의 연인이자 절친의 동생인 이기범(송건희)이 연쇄살인마로 몰린 데다, 끝내 불법 고문의 후유증으로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 참상을 두 눈으로 목도해야만 했다.

하지만 박해수는 이 비극 앞에서 얄팍하게 오열하거나 감정을 과잉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분노를 삼키고 이성의 날을 시퍼렇게 세운다. 그는 직업윤리에 잠식된 워커홀릭 형사의 건조함과, 가족과도 같은 이를 지키지 못한 한 인간의 뼈저린 죄책감을 한 얼굴에 위화감 없이 담아낸다.

태주의 감정이 폭발하는 찰나의 순간들은 그래서 더 파괴적이다. 차시영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들이닥쳐 수갑을 채워 끌고 나온 뒤 "가만있다간 내 속이 말려 터질 것 같아서, 죽을 것 같아서 그랬다"며 뱉어내는 넋두리나, 시영을 향해 "넌 내가 꼭 깨부순다, 이 돌멩이 새끼야"라며 씹어 뱉듯 남긴 선전포고는 태주가 품은 활화산 같은 에너지를 증명한다.

결코 멈추지 않는 불도저.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 기꺼이 제 몸이 깨질지언정 물러서지 않는 강태주의 단단한 심지는 박해수 특유의 절제된 디테일과 뚝심 있는 호흡을 거치며 압도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ENA '허수아비' 스틸 컷 / 사진=KT스튜디오지니

이희준, 선악의 경계를 희롱하는 우아한 카리스마

박해수가 흔들림 없는 바위라면 이희준은 형체를 종잡을 수 없는 연기(煙氣)처럼 극을 부유하며 상대를 질식시킨다. 차시영은 뻔한 악역의 공식을 기분 좋게 배반하는 빌런이다. 다정하게 휘어지는 눈웃음과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름 끼치는 권위의식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도사리고 있다.

이희준의 진가는 이 기형적인 차이를 이질감 없이 조율해 내는 완급 조절에 있다. 차시영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굳이 핏대를 세우지 않는다. 기범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취조실에서도, 태주에게 가혹 행위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네가 날 모욕한 건 죄야. 우린 그걸 계급이라고 불러"라며 조소할 때도 그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낮고 차분하다.

특히 억울하게 죽은 기범의 장례식과 대비되는 화려한 모친상 장례식장에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조문객들과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드는 시영의 얼굴은 시청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크게 요동하지 않는 무방비한 표정 속에서 깊은 열등감과 잔혹성을 불쑥 꺼내어 놓는 이희준의 섬세한 변주는, 극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ENA '허수아비' 스틸 컷 / 사진=KT스튜디오지니

타협 불가한 두 세계의 충돌, 승자는 누구인가

강태주와 차시영의 관계는 형사와 검사라는 뻔한 공조나 대립의 틀을 일찌감치 벗어났다. 진실을 파헤쳐야만 숨을 쉴 수 있는 남자와, 진실을 은폐하고 계급으로 상대를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 절대 섞일 수 없는 두 세계가 정면으로 부딪히며 발생하는 마찰은 '허수아비'의 가장 뜨거운 동력이다.

이 치열한 텐션은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는 시청률로 그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진범을 둘러싼 또 다른 미스터리가 고개를 들었고, 태주와 시영의 싸움 역시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 임계점에 다다랐다. 안방극장을 압도하는 박해수와 이희준, 두 연기 괴물의 핏빛 차력쇼가 과연 어떤 결말을 향해 질주할지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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