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상국이 최근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가장 뜨겁고, 차가운 키워드가 됐다. ‘대세’ 개그맨으로 상한가를 치다가 순식간에 하한가를 치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무례’가 있다.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대중이 가장 싫어하는 자세다. 도대체 이 짧은 시기, 양상국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양상국은 요즘 ‘김해왕자’라 불렸다. 경상도 남자 특유의 뚝심과 고자세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지지 받았다. 때마침 경상도 사투리 바람도 불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삼아 ‘비공식 1000만 영화’라 불린 ‘바람’의 후속작인 ‘짱구’가 개봉하며 배우 정우 역시 부산 사투리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두 사람이 동향 출신인 배우 현봉식 등과 예능에서 만나기도 했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등장했다. ‘국민 MC’ 유재석이다. 양상국은 그가 진행하는 MBC ‘놀면 뭐하니?’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 ‘핑계고’, tvN ‘유퀴즈 온더 블럭’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유재석은 원래 후배들에게 판을 깔아주기로 유명한 MC다. 또한 잘 활용한다. ‘무한도전’·‘런닝맨’·‘놀면 뭐하니?’를 함께 한 하하, ‘유퀴즈 온더 블럭’의 조세호 등이 대표적이다.
양상국이 그런 유재석에게 부적절한 자세를 보인 것이 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핑계고’에서 양상국은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동료 방송인 남창희의 에피소드에 "서울 남자들이 이런 걸 잘하더라, 우리(경상도 남자) 같은 경우 아예 안 데려다준다. 내 생각은 평생 해줄 거 아니면 안 해주는 게 낫다"고 핀잔을 줬다.
바로 이때 유재석 특유의 촉이 발동했다. ‘위험 수위’라 인식한 것이다. 유재석이 그 발언을 수습하려고 하자 양상국은 "유재석 선배 말은 웬만하면 듣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유재석 씨. 한 번만 더 이야기하면 혼냅니다"라고 발언했다. 대선배인 유재석을 ‘유재석 씨’라고 부르는 호칭과 더불어 표현 수위 역시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 태도가 위험 수위를 크게 뛰어넘은 프로그램은 지난 9일 방송된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이었다. 이 날 방송은 ‘낭만 좋~다’ 특집으로 꾸며지면서 유튜브 채널 ‘김해준’의 인기 콘텐츠 ‘낭만 부부’ 세계관의 주역인 김해준, 나보람과 더불어 양상국이 참여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각각 기필, 규리, 상필 삼촌이라는 부캐릭터가 주어졌다.
김해준은 당연히 그 세계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양상국은 "난 상필이가 아니다. 나는 ‘낭만부부’를 안 본다"고 어깃장을 놓았고, 김해준은 당황스러워했다. 이후에도 양상국은 원래 정해진 룰 외에 다른 주장을 내놓고 억지를 부리기 일쑤였다.
다소 어색해진 상황을 풀기 위해 김해준은 다시금 ‘낭만 부부’ 세계관 속 기필 삼촌으로 "너 내가 시계 한 번 풀어?"라고 상황극을 시도했다. 하지만 양상국은 여전히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채 "풀어라 인마"라며 손찌검을 할 것 같은 포즈를 취하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고 고집을 부렸다.
김해준이 "상황극을 아예 안 받으신다"며 당혹감을 드러냈고, MC인 신동엽조차 이들을 진정시키며 "안 받아주시네"라고 은근히 양상국의 태도를 꼬집었다. 심지어 이 날 양상국은 김해준을 향해 발차기까지 날렸고, 출연진들은 애써 웃음으로 포장하려고 했다.
그러자 지난 4월 방송인 하하의 유튜브 채널의 한 영상이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하하는 이 날 방문한 가게의 사장님에게 양상국이 계산할 것이라면서 "상국이 요즘 잘 나간다"고 했지만, 사장님은 "하하가 뜨는 이유가 있다. 오버하다가 절제할 줄 안다"면서 "상국이는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계속 간다. 그래서 못 뜬 거다"라고 덧붙였다. 당시에는 웃음 포인트였지만,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는 양상국이 가진 방송 태도의 문제를 정확히 짚는 ‘성지 영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양상국은 일명 ‘호통 개그’의 계보를 잇는다고 볼 수 있다. 이경규를 시작으로 박명수 등이 호통 개그로 인기를 얻었고, 여전히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호통 개그가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고 빠질 때’를 안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면박을 주다가도 자신의 실수가 드러나면 곧바로 사과를 하고 상황을 부드럽게 매듭지으려 한다. ‘당하는 모습’도 적절히 보여주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셈이다.
아울러 이경규, 박명수에게 호통을 받는 동료들이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예능 콘셉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양상국의 경우, 함께 녹화하는 동료들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선을 넘었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결국 양상국의 행태는 ‘호통 개그’가 아니라 ‘무례’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가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진짜 아닌데 저도 모르게 오버해서 발언들을 한 게 보시는 분들께 불편함을 드린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쉽게 주어 담을 순 없다. 잠시나마 자신이 누리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시간보다 더 긴 시간과, 더 큰 노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