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과 현남편이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얼떨결에 의기투합한다.'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의 로그라인은 제법 흥미롭다. 얽히고설킨 아이러니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티키타카, 그리고 범죄 조직에 맞서는 통쾌한 액션까지. 코미디 영화가 갖춰야 할 매력적인 뼈대는 모두 갖췄다.
하지만 결과물을 열어본 감상은 씁쓸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웃기려는 강박이 웃기지 않는 참극을 낳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자 동시에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단연 배우들이다. 진선규, 공명을 비롯해 김지석, 윤경호, 강한나, 이다희, 전소민까지 출연진 모두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극한직업' 이후 다시 뭉친 진선규와 공명의 앙상블은 이번에도 제 몫을 다한다.
마약반 형사인 전남편 충식(진선규)과 젊은 수의사인 현남편 민석(공명)이 아웅다웅하며 빚어내는 케미스트리는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억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극의 흐름과 연결 자체는 매끄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배우들의 개인기로만 109분의 코미디를 온전히 커버하기엔 대본이 쥐여준 무기가 너무나도 빈약하다. 두 사람의 찰떡같은 호흡이 오히려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남편들'의 치명적인 패착은 장르의 본질인 코미디에 있다. 전작 '육사오(6/45)'를 통해 신선하고 감각적인 코미디를 보여줬던 박규태 감독이지만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서의 첫 작품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과도하게 힘을 주려던 시도가 오히려 독이 돼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가 지향하는 웃음의 타깃이 대체 어느 시대에 머물러 있는지 난해하다. 극 중 냉동실에 갇힌 충식과 민석이 잠들지 않기 위해 주고받는 넌센스 퀴즈 릴레이는 이 영화의 낡은 개그 코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닭은? 코스닥", "닭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닥쳐, 이 새끼야", "이 닭 저 닭 해도 제일 좋은 닭은? 토닥토닥"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엇박자 유머를 의도했겠으나 실소조차 나오지 않는 이 철 지난 말장난은 극의 긴장감을 식히다 못해 영화 전체의 매력까지 꽁꽁 얼려버린다. 코미디 장르에서 관객과 웃음의 주파수를 맞추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는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헌신적인 에너지 때문이다. 배꼽 빠지는 코미디라는 기대치만 내려놓는다면 팝콘을 곁들이며 가볍게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킬링타임 무비다.
전남편과 현남편이라는 신선한 구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육해공 액션 시퀀스 등 뼈대 자체는 나름의 흥미 요소를 갖추고 있다. 단지 그 뼈대에 바른 유머라는 살코기의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