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와 브브걸, 그리고 리센느...그들의 이유있는 '역주행'[K-POP 리포트]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7.10 14:47
EXID와 브레이브걸스에 이어 리센느가 최근 역주행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센느는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사투리와 쇼트폼 영상이 바이럴되며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원이의 사투리 표현이 일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대중의 옹호 속에 논란은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사진=빅히트 뮤직

모두가 ‘역주행’을 꿈꾼다. 하이브, SM, JYP,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금수저’들이 ‘정주행’하는 K팝 시장에서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이 등장과 동시에 주목받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아쉬워하면서 입을 모은다. "우리 노래 진짜 괜찮은데…"

맞는 말이다. 중소 기획사에서도 신곡과 뮤직비디오 발매, 무대 준비를 위해 수억∼수십 억 원을 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한다.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안대를 쓰고 맛을 평가하듯,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과연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아티스트의 신곡을 구별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대기업들과 비교할 때 홍보·마케팅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즉, 출발선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욱 역주행을 꿈꾸게 된다. 특별한 계기가 생긴다면, 언제든 다시금 그 그룹과 노래의 가치를 알릴 수 있다는 믿음이다. 문제는 그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센느, 사진출처=더뮤즈엔터테인먼트

역주행이라는 표현이 보편화된 건 지난 2014년이다. 당시 걸그룹 EXID의 노래 ‘위 아래’가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EXID의 인지도는 높지 않았고, ‘위 아래’는 사실상 빠르게 활동을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팬이 멤버 하니를 집중적으로 촬영해 올린 일명 ‘직캠’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위 아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핵심 파트의 색소폰 라인과 중독적인 후렴구, 그리고 골반을 앞뒤로 흔드는 섹시한 안무까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엄청난 폭발력을 얻었다. 2012년 데뷔 후 3년차에 접어들었던 EXID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수많은 K팝 그룹들이 ‘역주행의 신화’에 도전했다. 각 소속사는 의도적으로 과거 발표한 곡들과 관련된 바이럴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와 각종 SNS에 유포했다. 하지만 대중은 쉽게 낚이지 않았다. ‘소속사의 의도’라는 냄새를 폴폴 풍기는 미끼를 좀처럼 물지 않았다.

다시금 역주행 걸그룹이 탄생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2021년의 브레이브걸스다. 이들의 역주행곡은 더욱 극적이다. 그들이 4년 전인 2017년 3월 발표한 ‘롤린’이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히트곡 제조기’로 손꼽히는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이끄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으로 2011년 공식 데뷔한 브레이크걸스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롤린’의 성공은 더욱 고무적이다.

EXID, 사진출처=스타뉴스DB

‘롤린’은 트로피컬 하우스를 접목한 EDM(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장르의 곡이다. 특유의 청량한 사운드로 ‘여름 노래’라 평가받았지만 발매 당시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들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주역은 군장병들이다. 브레이브걸스가 과거 군부대 위문 공연 등에서 보여준 활기찬 ‘롤린’ 무대와 장병들의 폭발적인 리액션이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장병들이 함께 추는 가오리춤은 일품이었다. 이 영상을 재미있게 본 몇몇 유튜버들이 기발한 댓글을 영상 자막으로 달면서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에 엔진을 달아줬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이제는 리센느다. 그들이 2년 전 발매한 미니 1집 ‘씬드롬’(SCENEDROME)의 타이틀곡‘러브 어택’(LOVE ATTACK)이 8일 기준, 국내 최대 음원차트인 멜론 ‘TOP100’ 1위를 차지했다.

역주행의 출발점은 멤버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었다. 거제도 출신인 그는 이 채널에서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또 다른 멤버 미나미의 갸루 콘셉트를 선보였고 "거제 야호!"라는 외치는 쇼트폼이 바이럴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팬들이 유튜버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그룹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측면에서 기존 역주행 사례와는 차별화된다.

'롤린' 활동 당시 브레이브 걸스,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아픔도 있다. 지난달 이 채널에 올린 미나미의 고향집 방문 영상은 난데없이 ‘일베 논란’이 휩싸였다. 미나미가 그의 동생 방을 소개하는 과정 중, 촬영 PD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며 원이에게 먼저 "무섭노"라고 물었고, 원이 역시 "무섭노"라고 답했는데, ‘노’로 끝나는 표현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베식 말투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경상도에서는 "뭐라카노?" "와 이리 좋노?" 등 ‘노’로 문장을 맺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고, 경상도 출신인 원이 역시 평소 사투리를 즐겨 쓴다.

팬들 뿐만 아니라 대중까지 원이를 옹호하며 이 논란은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리센느와 원이 입장에서는 역주행과 더불어 지독한 억지 성장통을 겪은 셈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과 역주행 과정을 지켜본 대중은 그들을 폄훼하는 누군가의 불순한 의도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역주행 인기는 결국 대중이 스스로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얼토당토않은 주장에 아티스트가 무너지는 모습을 좌시하지 않은 셈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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