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떠나려던 소녀가 조선을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배우 김유정이 '100일의 거짓말'로 사랑과 독립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로맨스와 항일 서사를 엮어낸다는 점에서 '미스터 션샤인'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김유정은 자신의 새로운 대표작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tvN 새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제작발표회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유인식 감독과 배우 김유정, 박진영, 김현주, 이무생, 진선규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00일의 거짓말'은 1932년 일제강점기, 밀정이 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와 조선총독부 엘리트 통역관이 적의 심장부에서 마주하는 100일간의 첩보 로맨스다. tvN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류보리 작가가 만났다.
극을 이끄는 김유정은 소매치기 이가경을 연기한다. 가경은 처음부터 독립에 뜻을 품은 인물이 아니다.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돈을 모으던 중 미국행을 조건으로 구국단의 밀정이 되고, 조선총독부 통역생으로 위장 잠입한다. 개인의 탈출을 꿈꾸던 소녀가 시대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그 변화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전작 '친애하는 X'와 다른 결의 작품을 택한 김유정은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신뢰를 먼저 꼽았다.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배우로서 영광이겠다 싶어서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유정이 가장 궁금했던 것은 가경의 성장이었다. 그는 "당시를 살아가는 여리고 아직 본인이 무엇을 꿈꾸는지 찾지 못한 젊은 친구의 성장이 궁금했다. 그 성장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이 작품이 대표작이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의 아픔을 다루는 만큼 출발부터 마음가짐도 달랐다. 배우들은 대본 리딩에서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김유정은 그 시간이 현장에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끝까지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가경과 위험한 관계로 얽히는 인물은 박진영이 맡은 김태웅이다.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의 양자로 일본 이름 사토 히데오를 쓰는 통역관이다. 세 개 언어에 능통하지만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안고 있다.
김유정은 두 사람의 관계를 서로 만나 성장하는 로맨스로 설명했다. 자신이 밟고 있는 땅과 앞으로 꿔야 할 꿈을 알지 못하는 가경의 변화를 박진영과 함께 만들어간다. 그는 "호흡할 때 눈만 봐도 통하는 게 있었다"며 다른 배우들과도 진심을 나누며 촬영했다고 전했다. 박진영도 로맨스 호흡에 "100점 만점에 1000점이었다"고 화답했다.
김현주는 구국단 저격수 유소란, 이무생은 조선계 미국인 특파원이자 구국단원 유필립으로 힘을 보탠다. 진선규는 출세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로 이들을 위협한다.
진선규는 인물의 과거와 인정받지 못한 욕구를 이해하려 노력하되 악행을 미화하지 않는 데 중심을 뒀다. 그는 "어떡하든 용서할 수 없는 악인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미화하지 않으려 했다"며 '범죄도시'의 위성락 이미지를 조금은 지워보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은 총 16부작으로 펼쳐진다. 유인식 감독은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심리를 정교하게 따라가고 싶었다며 "그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아내기엔 10부작은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당시 건물과 장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재현에도 부담이 컸지만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의 기억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은 독립을 위해 삶을 내어준 이들이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유인식 감독은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이 드라마를 쓰고 만들게 한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일의 거짓말'은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사랑과 항일의 서사로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조선을 떠나고 싶었던 소녀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낼 김유정의 연기가 그 열쇠가 될 전망이다. '100일의 거짓말'은 오는 10월 10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