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그의 아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통해 처음으로 나란히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부자지간을 넘어선 창작 파트너십과 고유한 영화 철학, 그리고 한국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그래비티'(2013), '로마'(2018) 등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2회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신작 '가바초 챔피언'으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참석했다. 부자지간이면서 영화적 동지인 두 사람은 기자 회견 내내 함께 영화란 꿈을 좇는 일상을 들려주었다.
#창작 파트너십..."부자관계 차치하고 연출가와 작가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SF 명작 '그래비티'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두 사람은 작업실 안에서는 엄연한 창작 동료임을 분명히 했다.
호나스 감독은 "내가 썼던 각본을 아버지가 읽고 콘셉트가 좋다고 하신 뒤 대화가 자연스럽게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어졌다"며 "서로에게 유기적이고 배울 게 많았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에 알폰소 감독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는 차치하고 연출자와 작가로서 협업하는 것"이라며 "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들과의 작업이 좋다"고 웃어 보였다. 또한 알폰소 감독은 "호나스가 천천히 쓰고 있는 호러 이야기가 있다"며 아들의 차기작 프로젝트를 깜짝 공개해 동료 창작자를 향한 든든한 신뢰를 드러냈다.
#영화적 동지..."연출 반대했던 아버지… 이제는 서로 영향 주는 관계"
두 사람은 연출자로서 각자가 품은 영화적 시선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나눴다. 알폰소 감독은 "실패하고 꿈이 짓밟히는 고통을 겪어봤기에 아들이 이를 겪지 않길 바랐고, 삶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넓은 시선을 갖길 바랐다"며 아들의 영화계 입문을 처음에는 반대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호나스 감독은 "아버지의 반대로 처음엔 사진에 집중했지만 결국 영화가 좋아 연출을 시작하게 됐다"며 "아버지는 내 모든 것의 자양분이자 영화적 원칙을 만들어준 분"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알폰소 감독 역시 "호나스는 관객을 중요시하며, 확고한 주제를 시각화하는 데 탁월한 고유의 언어를 가진 감독이다. 내 영화에도 영감을 준다"고 화답했다. 호나스 감독은 월드 시네마 초청작 '가바초 챔피언'에 대해 "기존의 전형적인 이민자 이야기와 달리 고난과 폭력 속에서도 열망, 꿈, 사랑 같은 시적인 부분을 담아 관객과 소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 팬..."'괴물'부터 '어쩔수가없다'까지… 확고한 주제와 유머에 공감"
두 감독은 한국영화에 대한 각별한 인연과 관심도 강조했다. 호나스 감독은 "나는 한국영화의 엄청난 팬"이라며 "'괴물'에서부터 '기생충', 최근에는 '호프'나 '어쩔수가없다'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는 주제의식이 확고하면서도 장르라는 장치를 통해 관객과의 연결성을 만들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러한 요소들을 내 영화 작업에도 깊이 녹여내고 싶다"고 찬사를 보냈다.
연상호 감독의 '계시록'(2025)에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한국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알폰소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시네필이었고 지금도 관객이 되는 순간이 있다. 항상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가, 내가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며 한국 관객과 마주한 벅찬 소회를 전했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영화의전당 등 부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래비티' 아이맥스 상영 및 스페셜 토크에 이어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며, 호나스 쿠아론 감독의 '가바초 챔피언' 또한 관객과의 대화(GV)를 통해 국내 관객과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