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폭력 피해자 권리보호·지원 방안 브리핑

성평등가족부가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춰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피해자에게 형사절차를 안내하고 무료 법률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대책의 골자인데, 여성계가 우려하는 '검사 보완수사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부는 8일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가 폐지되면서 젠더폭력 사건의 피해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그동안 경찰 수사가 미흡한 사건은 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혐의를 추가로 규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검사의 직접 수사가 전면 금지됐다.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와 형사절차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성평등부는 '젠더폭력 피해자 권리체크 10'을 제작해 젠더폭력을 당한 뒤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을 때 이의신청이나 구제 절차를 밟는 방법 등을 담았다.
수사 초기부터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무료 법률지원도 확대하는 방안도 주요 대책으로 제시됐다. 성평등부는 현재 형사사건 수사 단계나 1심 단계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변호사 선임 비용을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데, 내년부터는 지원 한도를 250만원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내놓은 대책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료 법률지원 확대는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간접적인 지원에 그쳐서다. 지원 대상도 제한적이다. 성평등부는 내년 형사·민사·가사 사건을 모두 합쳐 약 3200건의 무료 법률지원을 예상하고 있지만 대검찰청(현 공소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형사입건된 성폭력 사건만 3만6180건에 달한다. 권리체크 10 역시 피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직접적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대책에는 수사 공백을 메울 제도적 보완책도 빠졌다.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7대 범죄에 대해서는 별도 보완 장치를 마련했지만 수사 초기 성범죄 여부가 드러나지 않는 사건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7대 범죄는 △성폭력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스토킹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노인학대 △가정폭력이다. 이 범죄들은 경찰이 자체 종결할 수 없고 반드시 공소청에 송치해야 한다. 공소청 검사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이 아닌 중대범죄수사청이나 지방중대범죄수사청에 보완수사 또는 재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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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건 발생 당시 성범죄인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7대 범죄로 분류되지 않아 의무 송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폭행한 뒤 CC(폐쇄회로)TV가 없는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한 범행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여성인 줄 몰랐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상해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사는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행과 살인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이후 피해자 의류에서 가해자의 DNA가 발견되자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다시 변경했다.
성평등부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료 법률지원 확대로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바로 그런 지점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이번 대책의 대상을 포괄적인 의미의 '젠더폭력' 피해자로 정했다"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다른 성별 간 발생한 폭력도 젠더폭력으로 보고 피해자를 성평등부 상담소와 연계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의 상담과 조력을 지원해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공백을 메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