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 과징금 벌써 2천억, 연말까지 '1조' 사상 최대

세종=정진우 기자
2015.04.29 06:10

공정위, 1분기 과징금 1538억...4월말 현재 1852억 '하반기에 과징금 많은 대형사건 줄줄이...'

정부가 올해 입찰 담합과 하도급 대금 미지급 등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했다. 통상 장시간 조사가 필요한 굵직한 사건들이 하반기에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1분기 기업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이 1538억원(16건)으로 집계됐다.

4월말 현재 기준으론 1852억3300만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올해 1월5일 자회사 부당지원과 부당감액 행위를 저지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에 과징금 총 156억3000만원을 부과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25건의 사건에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이 가운데 건설사들에 대한 과징금은 796억8000만원으로 전체(1852억3300만원)의 43%를 차지했다. 건설사들은 주로 입찰 담합을 하다 당국에 걸렸는데, 서로 사전에 합의를 통해 투찰율 등을 정하고 이득을 챙긴것으로 나타났다.

화약 제품의 시장공급 가격을 담합하다 적발된 한화와 고려노벨화학은 과징금 643억8000만원을 부과받아,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의 최근 5년간 과징금 부과 규모는 점점 줄고 있는 추세(2011년 6084억8300만원 → 5106억3300만원 → 4184억2900만원)였다. 하지만 지난해 최대 과징금 부과 사건인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 때문에 28개 건설사가 4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연간 8043억8700억원의 최고 과징금을 기록했다.

업계와 공정위 안팎에선 올해 과징금 부과 규모가 이를 뛰어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은행들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데 이 사건의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혐의 판정이 날 경우 과징금은 없지만, 조사 결과 혐의가 입증되면 대규모 과징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10년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대형 관급 공사에서 건설사들이 입찰 담합한 사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입찰 담합 공소시효는 5년이기 때문에 당시 추진한 사업들에 대한 입찰 담합 등 건설사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결과가 올 하반기 나올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미 몇 개 대형 사업에 대한 리니언시( Leniency; 자진신고자 감면제) 등 조사를 통해 상당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입증'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지난해 호남고속철도 사건과 같은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과도하게 기업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준으로 제재를 가해 기업들을 위축시킨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공정위 과징금 규모가 많아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 건설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가 나오면 올해 전체 과징금이 1조원도 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입찰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하지 말아야하는데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통해 부당이익을 챙기는 게 문제란 얘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업을 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은행권 CD금리 담합과 건설사들 입찰 담합 등 과징금 규모가 상당히 큰 사건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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