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패소에 힘빠진 공정위…기업은 과징금 불만 폭주

잇단 패소에 힘빠진 공정위…기업은 과징금 불만 폭주

엄성원 기자
2015.04.29 06:00

올해만 공정위 과징금 부과 취소 2600억…재계 "과징금 규모 과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많게는 수천 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과징금이 징계를 받는 기업은 물론 징계를 내리는 쪽인 공정위에게도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28일 재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과징금 부과 규모가 급증하면서 이에 불복,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고등법원, 대법원 등 상급심에서 공정위 과징금 부과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가 잇따르자 공정위와 대상 기업 모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액수는 2012년 5106억원, 2013년 4184억원에서 지난해 804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부과가 취소된 과징금 규모도 2012년과 2013년 110억원대에서 지난해 1470억원대로 늘었다. 관련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비율인 패소율도 2013년 5.6%에서 지난해 12.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져 올해 들어서만 과징금 부과 취소 규모가 2600억원대에 이른다. 대법원은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스오일 등 정유 3사에 부과한 2500억원대 과징금 부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과징금 취소명령을 내렸다. 2011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진지 4년 만이다.

대법원은 또 신세계,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 40억원에 대해서도 부과 결정 자체가 잘못됐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공정위는 특히 이들 2건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기납부한 과징금에 대한 이자와 소송비용 등 300억원대 비용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 패소 판결이 잇따르자 기업들의 불만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공정위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과징금 액수를 늘려 잡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인 A사 관계자는 "부과된 과징금 규모에 대해 회사와 공정위간 시각 차이가 너무나 명확하다"며 "매출 규모와 위반 내용을 감안할 때 공정위 과징금 액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자기 평가를 높이기 위해 과징금 규모를 부풀리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잘못된 일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기업경영 현장에서의 특수성에도 귀 기울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고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불공정행위를 적발하고도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과징금 액수가 예상을 밑돌 경우 기업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 등의 비난이 쇄도하는 것도 부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홈쇼핑 6개사 불공정행위에 14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제재가 약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위반 내용과 반복 정도, 관련 매출액을 감안해 과징금을 산정할 뿐 특정한 의도를 갖고 과징금을 부풀리거나 줄이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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