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서울 용산은 분위기가 다르다. 분양 전 요란한 홍보전으로 간신히 청약은 마쳤지만 1년이 다 되도록 미분양 물량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5월 선보인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평균 경쟁률이 1.4대1, 7월에 분양한 '래미안용산'은 평균 1.8대1로 미달은 면했다. 하지만 계약은 저조하다.
20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현재 '용산푸르지오 써밋'은 일반분양 106가구 중 54가구, '래미안 용산'은 165가구 중 96가구가 각각 미계약됐다. 한강과 남산 조망이 가능하고 한강시민공원·용산가족공원 등이 가까운데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 4호선 신용산역 등 이중역세권이란 위치적 장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업체들도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미분양물량 처리에 분주하다. 하지만 미분양의 가장 큰 원인이 평수가 큰데다 비싼 분양가에 있는 만큼 전체 해소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11개 단지의 청약경쟁률을 살펴보면 중소형(전용면적 84㎡ 이하)은 14.25대1인데 비해 중대형(85㎡ 이상)은 3.57대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112~274㎡)과 '래미안용산'(135~181㎡) 모두 평수가 크다.
3.3㎡당 분양가도 '용산 푸르지오 써밋'의 경우 아파트 평균치가 2800만원대고 '래미안용산'은 3051만원이다. 특히 '래미안용산'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한강로 일대 아파트 3.3㎡ 당 매매시세는 2214만원 수준.
정태희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분양시장에 훈기가 돌면서 청약미달은 면했을지 모르지만 해당 단지들은 대형 면적에 고분양가 등 상품 자체가 실수요자들이 청약하는 곳이 아니다. 그만큼 경쟁률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무산과 일대 주거정비사업 등이 수 년째 지연되는 것도 수요자들의 외면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무산 이후 수요자들이 용산 부동산시장에 가지는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게 미분양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용산 일대 부동산시장이 이전에 비해 나아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분양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마이너스 시세만을 기록하던 용산이 올들어 0.54% 오르는 등 하락세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좀더 회복되면 미분양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