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41·사진)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몇 년전 한 지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단독주택을 짓고 싶은데 조언을 해달라’는 것. 건축을 전공한 국토부 공무원으로서 사명감이 생겼다. 배 사무관은 망설임없이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를 지어보라’고 권유했다. 선뜻 내뱉은 말은 이후 그의 삶에 변곡점이 된다.
당시 국내에선 ‘패시브 하우스’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되고 있었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의미한다. 건축비가 일반 건축물에 비해 15~20% 가량 더 들지만 난방비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배 사무관의 지인도 이같은 설명에 끌려 ‘패시브 하우스’를 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공업자가 갑자기 부도를 내는 등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다행스럽게 건축가가 공사를 떠맡으면서 집짓기는 마무리됐다. 배 사무관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제인생은 그 집을 짓기 전과 후로 구분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뜬금없는 생각도 들었다. “왜 패시브 하우스를 짓기가 쉽지 않은 것일까”. 당장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배 사무관의 고민과 관심은 지난해 말 출간된 저서 ‘패시브 하우스 콘서트’로 이어졌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패시브 하우스’의 개념과 실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전문적인 내용을 수려한 글솜씨와 함께 쉽게 풀어냈다.
국토부에 근무하는 모 과장은 이 책을 두고 “3번이나 정독할 정도로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선배가 후배의 책을 정독할 정도로 전문적으로도 훌륭한 책이라는 의미다.
사실 공무원 사회에서 사무관이 책을 집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배 사무관의 열정과 여건이 저술로 연결됐다. 배 사무관은 장관 수행비서를 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유학기회를 얻었다. 미국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패시브 하우스’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풀어냈다. 퇴고만 30번을 거칠 정도로 인고의 시간도 보냈다.
배 사무관이 책과 무관치 않은 삶을 살았던 것도 저술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기술고시 공부를 하면서 정리했던 ‘서브노트’를 7권의 책으로 출간할 경험이 있다. 서브노트는 여전히 기술고시 준비생들에게 필독서다. 그의 저술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배 사무관은 앞으로 제로에너지, 건축 설계 등에 대한 책을 2권 더 집필할 예정이다.
배 사무관은 “패시브 하우스의 관건은 상대적으로 비싼 공사비지만, 난방비만 놓고 볼 때도 15년내에 모두 회수할 수 있다”며 “앞으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패시브 하우스 등 녹색건축과 관련된 업무를 정책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