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보도한 전쟁 막전막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작전 '에픽 퓨리'(장엄한 분노)를 승인한 내막이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을 극비방문, 이란의 신정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설득한 게 결정적이었다. 미국 참모들은 이스라엘 측 일부 분석에 대해 "헛소리"라고 일축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브리핑 보름 뒤 작전을 승인했다.
NYT가 익명의 취재원을 통해 재구성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11일 오전 11시쯤 검은색 SUV(다목적스포츠차량)가 백악관에 도착했다. 여기서 내린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들에게 포착되지 않고 백악관으로 들어갔다. 그는 내각 회의실, 곧이어 한 층 아래의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을 대상으로 이란에 대한 극비 브리핑을 진행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등지고 앉은 대형 스크린엔 세계 최고 정보기관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네아 국장이 화상으로 등장했다.
1시간여 브리핑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교체에 적합한 시기를 고르라면 지금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하면 이란 신정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참모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몇 주 안에 완전히 파괴 가능하며 정권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정보공작을 통해 이란 내부에서 폭동을 부추기고 독립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쿠르드족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정권은 얼마 못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보기엔 좋은 생각"이라고 반응했다.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어느 정도 설득당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다음날인 2월12일 미국 측만 참석한 회의에서 미 정보기관들의 검증결과가 공유됐다. 결론은 분명했다. 이란 지도부 제거와 군사력 파괴는 가능하지만 셋째와 넷째, 즉 이란 내 민중봉기를 일으키거나 쿠르드족이 들어와 신정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자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정권교체 시나리오를 "우스꽝스럽다"고 평가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헛소리"라고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댄 케인 합참의장의 의견을 구했다. 케인 의장은 "과장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전형적 수법"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극 설득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이란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무기재고가 급격히 소진돼 보급에 문제가 생기는 데다 호르무즈해협 안보를 확보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게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전쟁에 회의적이던 J D 밴스 부통령을 제외하면 드러내놓고 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참모는 없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케인 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과 달랐다. NYT는 "대통령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을 자기 역할로 여기던 마크 밀리 전 의장과 달리 케인 의장은 대통령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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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에 영향력이 큰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군사문제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며 나서기를 꺼렸다. 다른 참모들에게 반대 조언을 할 것을 독려할 뿐 직접 조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면서 주변에 우려를 보였다. 그럼에도 와일스 비서실장은 막판에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시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한 1기 행정부 존 켈리 전 비서실장과 다른 태도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일정부분 회의론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지만 모호한 입장이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기시키려 하지 않았고 막상 군사작전이 시작된 후엔 적극적으로 정당성을 강조했다.
J 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정권존립이 걸린 상황에서 어떤 보복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자신의 측근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공세를 펼 것이 확실해지자 목표를 신속하게 달성하려면 압도적 무력을 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월말 하메네이 등 이란 최고지도부가 공습이 완전노출된 조건에서 지상회의를 연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이스라엘이 '다시 없을 기회'라고 보는 상황이었다. 이 시기에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는 그동안 이란과 벌인 핵협상 경과를 보고했다. 이들은 협상으로 해결은 할 수 있지만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엔 이스라엘의 집요한 설득 외에 다른 복합적 요인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은 즉흥적 과제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시절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포괄적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스냅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를 자신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겼다. 아울러 1979년 혁명 이후 유지된 신정체제를 무너뜨린다면 '이란 정권교체를 이뤄낸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얻을 수도 있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암살을 지시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보복암살 우려가 있었다고 짚었다. 지난해부터 미군이 이란 핵시설 폭격,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등 군사작전을 연달아 성공시킨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준 측면이 있다.
실행시기를 저울질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월26일 백악관 상황실 최종회의에서 참모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따를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들은 그동안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서도 어떻게든 성공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믿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작전을 승인했다. "에픽 퓨리 작전 승인.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