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외압' 의혹…'제2의 대우조선해양' 되나

송학주 기자
2016.07.15 15:30
대우건설 신문로 사옥 본사. / 사진=머니투데이DB

대우건설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 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낙하산 인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산업은행(산은)이 대주주인 기업에서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13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지원자 30여명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5명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PT) 등 개인 면접을 거쳐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을 선정했다.

후보에 오른 5명은 최종 선정된 2명 외에 박영식 현 대우건설 사장, 강승구 전 푸르지오서비스 사장, 원일우 전 금호산업 사장 등이다. 박 상임고문만 유일한 순수 외부인사로, 나머지 후보자들은 모두 대우건설 출신이다.

이날 다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5명의 사추위 위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6시간 동안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논쟁을 벌이던 도중 산은 측 사추위 위원 2명이 자리를 벗어나 '제3의 인물'과 다른 회의실에서 따로 논의를 갖거나 외부로부터 전화를 받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 과정에서 사추위원 2명은 아예 회의장을 퇴장했고,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사외이사직 사퇴 의사까지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인선 과정에서의 정치권 외압 의혹이 일면서 유력 정치인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특히 박 상임고문의 최종 후보 선정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노조 측은 성명서에서 "박창민 후보는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쌓아온 정치권 인맥이 상당하다"며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력도 부족하고 큰 규모의 조직을 이끌어보지도 않은 박 후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상임고문은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장을 역임하다 비상근 상임고문으로 지내오고 있다. 2012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4년간 한국주택협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 공모시 자격요건인 '해외 수주능력'이 없다면 서류심사에서부터 탈락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하는 현대산업개발에만 35년간 몸담았던 인물이 최종 후보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낙하산 후보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사추위원은 "서로 입장이 다르다 보니 언성이 높아지고 합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논의 끝에 각자 평가한 것을 종합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 것이지 외압에 의해 특정인을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사추위는 이날 5명의 후보들에 대한 평가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장 공모 절차를 통해 후보자들을 추렸다면 사추위의 평가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기업지배구조원칙 중 하나"라며 "자문기구인 사추위가 의견일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위원 개개인의 의사가 공개돼야 하고, 논의마저 거부했다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상장기업의 기본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사추위는 지난달 이미 박영식 현 사장과 이훈복 전무 등 내부 인사 2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외부 인사를 포함한 재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회사 안팎에선 내부 인사를 배제하고 외부 인사를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분식회계, 부실, 낙하산 인사로 말이 많지 않았느냐"며 "대우건설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낙하산 인사를 감행할 경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추위는 오는 20일 박 상임고문 등 2명을 최종 면접한 뒤 이 가운데 한 명을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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