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와 월세 가격이 동시에 뛰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대출 관리 강화와 다주택자 대출 규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등을 잇달아 검토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주요 아파트에서는 전세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A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9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59㎡A도 이달 18일 8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전세 최고가를 새로 썼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59㎡A 역시 지난 6월 11억원에 전세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시장에 나온 같은 전용면적 전세 매물도 대부분 10억원을 웃돈다.
월세 시장도 강세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A는 지난 5월 보증금 2억원, 월세 26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동일 면적의 월세 매물은 같은 보증금에 월세 320만원에 나와 있다. 고덕그라시움 전용 59㎡A은 지난해 10월 보증금 3억원, 월세 180만원에 계약됐지만 이달 17일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 225만원으로 거래됐다. 9개월 만에 월세가 45만원 뛴 셈이다.
서울 임대차 시장은 전세 물량 부족 속에서 빠르게 월세 전환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7477건으로 전월보다 12.5%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는 8819건으로 3.3% 증가했다. 월세 거래 비중은 54.1%로 전세(45.9%)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은 5월 기준 전월 대비 1.04%, 전년 동월 대비 10.88% 각각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추가적인 금융 규제까지 잇따를 경우 임대차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전세대출 관리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금융기관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부과와 다주택자·비거주 임대인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방안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이 중 다주택자 대상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방안에 대한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의무임대기간과 승계 제한 등으로 처분이 어려운 데다 최근 빌라와 다세대 등 비아파트 시장 침체로 매수 수요도 크게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비용까지 늘어나면 월세를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것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 임대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전세시장은 세입자의 전세대출과 임대인의 자금 운용이 맞물려 움직이는 만큼 양측의 자금조달 여건이 동시에 경직될 경우 시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주택 공급도 부족하고 전세 물량도 줄어드는 국면인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속도 조절 없이 규제가 시행될 경우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주택시장 혼란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