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2조원 쏟아부은 4대강, 돌아온 건 빚더미

신희은 기자
2016.09.05 05:08

올 여름엔 아버지와 북유럽을 돌아 러시아까지 여행을 다녀왔다. 마지막 여행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한 도시 경관을 마주한 부녀는 넋을 잃었다.

이곳은 표트르 대제가 왕권 강화를 위해 1703년에 터를 닦은 계획도시다. 도시 전체가 서유럽 못잖은 호사스러운 조각, 그림들로 꾸며져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외형만큼이나 왕가의 사치로 엄청난 희생을 치른 곳이기도 하다.

화려한 절대군주 시대의 유물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객을 보고 아버지는 "조상 잘 만나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감탄했다. 가이드는 "당대에 살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누군가가 “여긴 남은 거라도 있지, 수십조 쏟아부은 4대강은 뭐냐”고 자조했다. 일순간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왕정 시대와 요즘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왕이든 정부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무언가를 만들 때에는 명확한 정책의도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또 실행 후엔 목표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와야 후대에 평가라도 받을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22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전락했다. 관광 수요도 창출하지 못했을 뿐더러 하천범람, 수질악화 등 부작용을 양산했다. 곳곳에서 녹조가 수면을 뒤덮어 '녹조라떼', '잔디구장'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대규모 토목사업이 국가경제에 보탬이 됐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물음에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확인되지 않은 수치의 경제효과를 내세우며 사업을 옹호하던 전문가들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대신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로 세수 확보가 어려워진 정부는 4대강 빚만 잔뜩 떠안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4대강 사업 부채 이자 2조9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데 이어 부채 원금 일부인 2조4000억원도 혈세로 충당할 방침이다. 부채 원금 지원은 2031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헉' 소리 나는 유산을 남긴 셈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대규모 국책 사업은 투입되는 혈세 규모만큼이나 엄정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그 대가를 치러왔다. 4대강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 세금만 거덜 내고 남는 것도 없는 국책 사업이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