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 재건축 현금 기부채납, ‘공원 살리기’에 쓴다

유엄식 기자
2019.05.31 20:0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재원확보 구상…서울시 “정부 국고지원 병행” 거듭 요청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으로 받은 현금을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사유지의 보상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자체가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장기간 미집행하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00년 도입됐다. 2020년 7월부터 실효 예정인 공원부지 중 사유지 모두 보상하려면 13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국고지원에 거듭 난색을 표하자 대책으로 준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1일 “앞으로 시내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에서 기부채납으로 받은 현금을 도시공원 일몰제로 실효를 앞둔 사유지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부채납은 조합이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지 일부에 도로, 공원, 편의시설 등 공공시설물 형태로 조성하면 건폐율이나 용적률 등의 제한을 완화시켜주는 제도다.

그동안 기부채납은 토지, 건물 등 현물 형태로만 가능했지만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으로 기여분의 최대 50%까지 현금으로 낼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됐다.

지난해 8월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2차·21차 아파트가 전국 최초로 현금 기부채납을 결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들을 포함한 4개 단지에서 현금 기부채납을 통해 약 200억원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정비사업 지역이 확대되면 현금 기부체납액 규모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단지 내 공공임대주택 확보분도 기부채납으로 인정,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현금 기부채납 적립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근본적인 재원 대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서울시는 시내 공원부지를 모두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국고지원이 필수라고 본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는 지방채 발행 한도를 늘리고 이에 대한 이자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1970년대 시내 공원부지를 정부가 직접 지정한 만큼 보상재원 일부를 국고로 충당하는 방안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공원 일몰제로 여의도 약 14배 면적인 40.2㎢ 규모 사유지에 대해 약 13조7000억원 가량의 보상비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자체 재원과 지방채 발행을 통해 2020년 6월까지 2.33㎢ 규모의 우선보상대장지를 매입할 계획이며 이외 부지에 대한 보상비의 절반 수준인 7조원대 국고지원을 요청한다.

정부는 서울시 요청을 수락하면 다른 지자체도 동시에 지원해야 하는 만큼 재정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유지에 설치된 전국의 모든 공원을 보존하려면 관련 보상비만 최소 50조원(2017년 공시지가 기준) 이상 필요하다. 감정가로 환산시 보상비가 100조~150조원 가량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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