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7말8초'로 예상되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10억원부터 100억원까지 초고가 주택의 '과세 기준선'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기준을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과세 대상 범위와 지역 편중, 실수요자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2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확정한 채 과세 기준을 놓고 막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논의는 시세 30억~50억원 구간에 집중돼 있지만 일부에서는 20억원, 100억원 등 보다 넓은 범위의 기준도 제안되고 있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도 '초고가 주택'의 정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토론에 앞서 각 부처 경청 간담회와 온라인을 통해 수렴한 사전 의견을 보고하며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는 3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지만 토론회 실시간 온라인 댓글에서는 10억~20억원까지 기준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과세 기준선에 따라 시장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146만9011가구) 가운데 시세 50억 원 초과 주택은 2만9969가구로 전체의 2.0%에 그친다. 반면 기준을 30억원으로 낮출 경우 대상은 약 5만 가구 수준으로 확대돼 과세 범위가 큰 폭 늘어난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2026년 상반기 기준 서울 아파트 상위 1% 거래가격 진입선은 46억4998만원, 상위 1% 평균 거래가격은 63억59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가격 분포를 고려하면 50억원 이상은 '집값 상위 1%' 구간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50억원 기준은 또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특정 지역에 과세가 집중되는 결과로도 연결된다. 자치구별 50억원 아파트 수를 살펴보면 강남구가 1만4855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서초구 1만315가구, 용산구 2388가구, 송파구 1023가구 등의 순이다. 이들 4개 구가 전체 50억 원 초과 아파트의 95.4%를 차지한다. 50억원을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설정할 경우 과세 대상이 사실상 강남권과 용산에 집중된다.
이에 비해 기준을 30억원으로 낮추면 과세 대상이 한강변 주요 주거지 전반으로 확대된다. 영등포구 7308가구, 양천구 5373가구, 성동구 2732가구, 광진구 1261가구 등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의 물량이 전체의 10%가 넘는 1만7000여 가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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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30억원보다는 50억원 기준이 정책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의견이다. 과세 대상이 전체의 1~ 2% 수준으로 조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동시에 초고가 자산가를 겨냥한 정책 메시지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30억원 기준은 대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수요자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초고가 주택 기준을 50억원으로 하면 가격 기준 상위 1%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서초, 용산 등의 지역에 과세 타깃이 집중되는 데 비해 기준을 30억원으로 하면 한강벨트의 전역, 즉 중산층이 접근 가능한 실거주 시장까지 초고가로 포함된다"며 "이 선까지 초고가로 묶으면 거래 절벽과 매물 잠김이 동시에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희소성을 핵심으로 하는 초고가 주택의 의미도 희석되고 중저가 시장의 '가격 키 맞추기' 등 왜곡현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여론은 이런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토론회 온라인 의견에서는 초고가 주택 과세 기준을 10억~20억원 수준까지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자산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 설계와 대중 인식 간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과세 방식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라도 취득 시점에 따라 부담 능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차등 과세를 제안했다. 그는 "최근 50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와 달리 20년 전 5억원에 취득해 재건축으로 40억~50억원이 된 경우는 현금 유동성이 낮을 수 있다"며 "미국처럼 취득가를 기준으로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