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늘 한발 앞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온 도시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서울이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해엔 서울시 내 도시공간본부가 새로 출범하고, 도시공간의 다양한 규제 완화에 집중했다. 올해는 '용적이양제' 도입을 통해 새로운 도시 혁신을 주도하고자 한다. 용적이양제는 용도지역별 용적률에도 문화유산으로 높이규제 등으로 추가적인 밀도 제한을 받은 지역의 미사용 용적을 다른 지역으로 이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시 전체 차원의 개발 밀도를 효율적 재분배함으로써 중복규제를 받는 지역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다른 지역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골자다.
용적이양제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한 제도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역이 대표적 사례다. 1913년 세워진 이 역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1950년대 후반부터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개발계획이 무산됐다. 이에 뉴욕시는 용적이양제를 도입해 역의 남은 용적률을 다른 지역에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용적률을 활용해 건설된 건물이 바로 59층 높이의 메트라이프빌딩이다.
서울시도 상반기 내 '서울형 용적이양제도'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형 용적이양제도의 핵심은 활용하지 못하는 용적을 다른 지역으로 이양할 수 있는 지역, 즉 '양도지역'의 선정기준이다.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양도지역은 문화유산 주변 등 본 제도 도입이 시급한 지역에 우선 적용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서울형 용적이양제도의 개념과 목적, 절차와 관리방안 등을 담은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앙부처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법적 기반도 마련할 방침이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이후에는 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지역 중 주민들의 추진 의사가 높은 지역을 선도지역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선도지역 선정 이후에는 용적이양 추진 전 과정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규제를 완전히 철폐할 수 없는 지역이 존재하는 한, 장기적으로 미래도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창의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유산 주변 지역과 같이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서 용적이양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지역의 고유한 역사성을 보존하면서도 도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 제한으로 생긴 불균형을 해소하는 한편, 도시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 또한 기대해볼 만한 지점이다.
서울이 직면한 다양한 도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용적이양제가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거론됐지만, 본격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시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제도의 안착을 지원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도에는 따른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새해를 여는 시점에서 서울의 또 다른 도전에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