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④서울 50조 정비사업 시장 열린다

서울 핵심 지역에서 대형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전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성장 동력이었던 해외 플랜트와 자체 개발사업 대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핵심 먹거리로 삼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은 말 그대로 막대한 사업비 규모에 분양 흥행까지 보장된 알짜 사업장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동시에 브랜드 입지까지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수주 대상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 목표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정비사업 수주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현대건설은 올해 12조원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통해 8년 연속 수주 1위를 달성하고 자체 정비사업 수주 기록도 다시 쓴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7조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년 목표치 대비 약 54% 높인 수준으로 단독 입찰 등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GS건설 역시 8조원 수주 목표를 발표하며 도시정비사업 확대 전략을 분명히 했다. GS건설은 지난해 정비사업에서 총 6조3461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사업 규모가 큰 한강벨트 등을 중심으로 시공권을 따내겠다는 계획이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6조5000억원, 대우건설은 5조원을 각각 수주 목표로 내세웠다. 대우건설의 경우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 목표다. 이밖에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도 전년 대비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상향했다.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사업 리스크 관리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 사업은 국제 정세와 원자재 가격, 환율 변동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발주 지연, 계약 변경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 종료와 발주 지연 등으로 해외 매출 변동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도시정비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불안이 확산되며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해외 매출이 줄어든 상황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해외 매출이 5조3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 감소했다. 국내외 대형 하이테크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매출 규모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 역시 같은 기간 누적 해외 매출은 8조6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했다. 해외 수주잔고도 2024년 말 25조9610억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23조7378억원으로 8.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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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큰 자체 개발사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을 아직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한 모습이다. 최근 수년간 건설사들은 금융 리스크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점검하는 추세다. 자체 개발사업은 토지 매입과 금융 조달 등에서 상당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이 발주하는 공사 중심 사업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이미 형성된 도심 주거지에서 진행되는 만큼 주거 수요가 확정된 시장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가 명확하고 공사비 규모가 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의 경우 단지 규모가 수천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많아 단일 사업 수주만으로도 수조원 규모의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제로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서울 핵심 지역 재건축 사업은 사업비가 수조원대에 달해 건설사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사업 구조 재편의 신호로 보고 있다. 서울 핵심 지역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도시정비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 결과가 향후 국내 주택사업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은 상징성과 사업 규모가 모두 큰 프로젝트"라며 "한두개 사업만 수주해도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할 수 있어 건설사들이 사실상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