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서울 전역에 대한 토허제(토지거래허가구) 지정 등 '3중 규제'로 옥죈 '10·15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놓아야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관련 언급을 한 번도 하지 않아 배경을 놓고 각종 해석이 나온다.
정치인 장관 특성상 돌발성 발언 등이 자칫 잘못 전파될 경우를 대비해 '전략적 침묵' 중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의 배우자의 갭투자(전세 낀 매매) 논란 등으로 정책 메시지에 혼선이 불거진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의 장기간 침묵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15일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정책 발표 직후 바로 이튿날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이징에서 열린 '2025 WICV(세계 지능형 커넥티드 자동차 콘퍼런스)' 참석을 위한 행보로 알려졌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부동산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경험한 현 정부 입장에서 시급한 출장은 아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장관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지방자치주택부 장관 면담에 이어 전세 사기 피해자 단체와 간담회를 갖는 등 부동산 정책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도심 내 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한 도심복합사업(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 점검 일정(22일)도 공공주택추진단장이 챙긴다.
특히 김 장관을 대신해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이 부동산 일정을 챙기는 과정에서 가족의 갭투자 사실이 드러나는 등 파장이 불거졌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부읽남' 채널에 출연해 "지금 (집을)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차관이 배우자 명의로 33억5000만원에 달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14억 전세)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갭투자 의혹이 일면서 공분을 샀다. 역대 모든 정부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국토부는 물론 여당까지 수세에 몰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이 차관의 발언과 관련해 "공직자, 특히 국토부 차관과 같은 고위공직자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의 신뢰와 직결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본질이 아닌 것을 두고 공세를 받을 수 있는 언행은 각별히 자제해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김 장관이 '수도권 주택 공급 규모'를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을 들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이 때문에 10·15대책 직후부터 한발 물러선 시장 관망 모드만 이어나가고 있다는 추측이다.
10·15대책 발표 직후 국토부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됐는데 20년 전 공인중개사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 이후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장관의 시장 안정화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국토부 내부에서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이 차관의 유튜브 출연은 10·15 대책의 홍보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장관이 직접 등판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