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등 거래 부담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내놓자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기대만큼 매물이 늘어나지 않는 모습에 한동안 마음을 졸였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여기에 전세 낀 매물 출회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단기 가격 조정 조짐까지 감지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3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일과 비교해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성동구(21.9%), 동작구(21.2%), 광진구(20.1%), 마포구(19.7%), 송파구(19.1%) 등 주요 지역에서 10일 만에 약 20% 안팎 늘어나는 급증세가 나타났다.
경기도 역시 같은 흐름이다. 여주시를 제외한 42개 시에서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다. 성남 분당구(24.8%)와 안양 동안구(24.4%), 하남시(21.6%) 등 서울 인접 핵심 주거지를 중심으로 증가 폭이 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 발언을 통해 거듭 강조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의지가 매물 증가로 빠르게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단기간에 수도권 전반에서 매물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을 두고 이후 정책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전날 발표된 정부 보완책이 매물 증가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오는 5월9일 종료하되 계약만 체결해도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신규 조정대상지역의 잔금 기한을 6개월로 연장했다. 특히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의무와 전입신고 의무를 최대 2년 유예하는 조치도 내놨다.
계약 체결만으로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실질적인 매도 가능 기간이 늘었고 그 결과 한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빨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시장은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에 주목하고 있다. 실거주 요건과 세입자 퇴거 문제로 거래가 막혀 있던 전세 낀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전세 퇴거 고민을 상당 부분 덜어낸 모습이 감지된다. 퇴거 시점과 방법을 놓고 세입자와 줄다리기를 하던 일부 다주택자들이 실거주 의무가 2년 유예되면서 이사비 등을 신경쓰지 않고 매도에 나설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일부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보완책 발표와 동시에 세입자와의 이사비 등 협의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계약 만료 전 매도를 위해 이사비와 복비, 위로금 등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거주 의무 적용이 완화되면서 이런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유사한 경험담이 잇따른다. 세입자와 위로금 협상이 난항을 겪던 집주인이 정책 발표 이후 조건을 철회하고 곧바로 매물을 내놓았다는 사례 등이 공유되며 시장 분위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추가 가격 조정을 기대하며 '초급매' 출현을 지켜본 뒤 매수에 나서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전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발표 이후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반면 얼마 전까지 급매가 나오면 연락 달라는 매수 대기자들은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설 연휴 이후에는 일부 매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