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공급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높아진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로 전세를 공급하던 기존 주택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신규입주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전세의 월세화와 임대료 상승세가 빨라진다는 분석이다.
10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955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7만건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말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 전 처분수요가 집중되며 시장에 나온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토지거래허가 신청건수는 1만208건으로 전월보다 17.7% 증가했다.
문제는 이같은 매물유도 정책이 오히려 임대차시장 공급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처분하면서 민간 임대물량 자체가 감소해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기존 임대물량까지 줄며 전월세시장의 불안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지난 7일 기준 3만1095건으로 연초 대비 30.1%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5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3% 상승했다. 이는 2019년 12월 넷째주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매물 감소가 단순 가격상승을 넘어 계약구조 변화로도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주인들이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전환을 확대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전세공급 감소와 월세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급정책의 추진동력이 약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출범하며 공급기능 일원화에 나섰지만 조직개편 이후에도 공급추진본부와 기존 주택토지실간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주요 부동산정책 메시지가 대통령실과 경제라인을 중심으로 먼저 공개되고 국토부가 뒤따르는 모습도 반복된다.
현실의 숫자 역시 공급공백 우려를 키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예정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전년보다 26.9% 감소한다. 내년에는 1만7197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도 올해 1분기 563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62.4% 감소했다.
수도권 전체 인허가 물량 역시 감소세를 보이면서 공급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분양·착공 감소여파로 수도권이 본격적인 입주물량 감소구간에 진입했다는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방식만으로는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본다. 대부분 사업이 실제 입주까지 5~7년 이상 걸리는 만큼 빈집 활용과 비아파트 정비 같은 단기공급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정책은 공급확대보다 다주택자 규제를 통한 수요관리에 무게가 실린 모습"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심리를 누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공급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