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패션AI의 명암 (下)

패션 업계에서도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저작권 침해와 알고리즘 편향 등 복합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AI가 생성한 산출물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반대로 AI가 학습한 광범위한 데이터가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할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간의 기여가 없는 AI 산출물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저작권은 사람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데, AI 산출물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으려면 AI와 더불어 인간의 창작 기여도가 핵심 기준이 된다. 디자인 같은 창작물은 독자적 창작성이 인정되면 '응용미술저작물'로 보호받을 여지가 있지만 스타일링 자체, 즉 어떤 옷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아이디어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반대로 AI 스타일링 추천 시스템이 무단으로 대량의 스타일 이미지와 디자이너 화보를 학습 데이터로 삼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 이미 비슷한 분쟁 사례가 있었다. 게티이미지는 스테빌리티AI가 자사 웹사이트에서 사진을 수집해 생성 데이터로 사용했다며 소송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영국 고등법원 판결에서 핵심 주장인 저작권 침해 부분은 기각됐지만, AI로 생성한 이미지에 게티이미지의 워터마크가 포함된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알고리즘 편향도 문제다. AI가 인기 있는 소수 기업의 제품을 주로 제안하는 '필터 버블' 현상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학습 데이터가 주류 트렌드에 편중된 경우 비주류 패션 선호자들에게 부적절한 코디가 제안되거나 아예 배제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같은 쟁점과 별개로 AI 스타일링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질 전망이다. 딥테크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 세계 AI 기반 맞춤형 스타일리스트 시장 규모는 2026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6.5%씩 성장해 2035년 38억 2472만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AI 기반 스타일링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스티치픽스(Stitch Fix)의 경우 지난 분기(25년 11월~26년 1월) 매출이 약 3억4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달했다. 1월말 기준 활성고객 수는 228만명이었다.
AI 추천에 활용된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 창작물에서 AI와 인간의 기여도 판단, 알고리즘 편향 해소 등은 앞으로 논의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담긴 것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AI와 인간의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을 어떻게 인정할지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착장, 개인맞춤형 추천 등 패션업계에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안전성도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AI가 이용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천하려면 사진, 체형, 구매 이력, 취향 정보 등 정교한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개인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유출과 오남용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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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착장 서비스는 일반 상품 추천보다 민감한 정보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AI는 얼굴, 체형, 피부 톤, 신체 비율 등을 분석해 착용 이미지를 만든다. 사이즈 추천도 신장, 몸무게, 체형, 구매 이력 등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편의성이 커질수록 이용자 몸과 취향에 가까운 데이터가 더 많이 쓰이는 구조다.
패션 AI의 경쟁력은 개인화에 있다. 이용자가 어떤 옷을 클릭했는지, 어떤 색상과 핏을 선호하는지, 어떤 체형에 가까운지 다양하게 분석할수록 추천 정확도가 높아진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결합될 때다. 단순 쇼핑 이력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외모, 체형, 소비 성향, 선호 브랜드가 함께 추정될 수 있다.
개인정보 수집 범위도 쟁점이다. 이용자가 사진을 올렸을 때 해당 이미지가 일회성 분석에만 쓰이는지, 서버에 저장되는지, 향후 AI 학습에 활용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션 플랫폼에는 10대와 20대 이용자도 많아 미성년자 사진과 체형정보 처리 기준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AI가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용자 정보를 기업 서버로 보내지 않고 스마트폰 등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사진과 체형정보가 외부 서버에 저장되지 않거나 저장 범위가 줄어들면 유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용화에는 과제가 있다. 고도화된 이미지 생성과 추천 모델을 기기 안에서 구동하려면 연산 성능이 필요하다. 서비스 품질과 처리 속도,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중소 패션기업이나 신생 브랜드에는 도입 부담이 클 수 있다.
알고리즘 편향도 패션 AI의 주요 과제다. 학습데이터가 특정 체형, 연령, 성별, 유행 스타일에 치우치면 추천 결과도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대중적인 코디는 잘 추천하지만 플러스사이즈, 고령층, 장애인, 젠더리스 패션, 비주류 취향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추천 실패를 넘어 서비스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특정 체형이나 취향을 반복적으로 배제하면 이용자는 서비스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소재, 핏, 체형, 색상, 착용 상황 등을 세밀하게 분류하고 추천 결과가 특정 집단에 불리하게 작동하지 않는지 점검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패션 AI 경쟁은 추천 정확도뿐 아니라 신뢰 확보 능력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AI 학습 목적을 명확히 고지하는지, 사진과 체형정보 보관 기간을 공개하는지, 이용자가 학습 활용을 거부할 수 있는지가 주요 기준이 될 수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안전성은 서비스 확산을 좌우하는 변수다. AI 추천과 가상착장이 편리해도 이용자가 불안감을 느끼면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편향 관리, 학습데이터 통제 장치가 패션 AI 확산의 조건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