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에서도 국민평형(전용 84㎡) 분양가가 28억원에 육박하는 단지가 등장했다. 공사비 급등과 한강변 핵심 입지 희소성이 맞물리면서 강북권 주요 신축 단지 분양가가 평당 1억원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주택대출 규제 상황 속에서 서울 청약시장이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공급하는 '아크로 리버스카이'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27억9580만원으로 책정됐다. 타입별로는 △84A 27억4640만원 △84B 27억6470만원 △84C 27억1190만원 △84T 27억9580만원 등이다. 전용 59㎡ 최고 분양가 역시 21억7940만원에 달한다.
노량진8구역 재개발 단지인 아크로 리버스카이는 지하 4층~지상 29층, 10개동, 총 987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28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2029년 8월 입주 예정이다.
서울 핵심 입지 신축 아파트의 경우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도 국평(전용 84㎡) 기준 20억원을 밑도는 분양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업계에서는 강북권 '국민평형 30억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강북권 분양가 상승 흐름은 앞서 분양한 노량진뉴타운 '라클라체자이드파인' 흥행에서도 확인됐다. 이 단지는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25억8510만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분양에 앞서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됐지만 1순위 평균 경쟁률 26.91대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용 59㎡ 일부 타입은 40대1을 넘겼고 전용 84㎡도 14~21대1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미 2가구(59㎡·84㎡)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선 라클라체자이드파인 흥행이 이번 아크로 리버스카이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 사실상 완판 수준으로 계약이 진행된 데다 아크로 리버스카이는 상대적으로 입지와 브랜드 경쟁력이 우월하다"며 "(분양가가 더 높더라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하이엔드 특화 설계 등 고급화 전략도 분양가 상승 배경으로 꼽는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민간택지 사업장인 만큼 분양가 책정시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분양을 희망하는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은 상당할 전망이다. 현재 고가주택 대출 규제상 분양가가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잔금 단계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제한된다. 아크로 리버스카이의 경우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구조다. 이 가운데 중도금 일부는 이자 후불제 조건으로 집단대출이 가능하지만 잔금 단계에서는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아크로 리버스카이 전용 84㎡ 최고가인 84T2형은 분양가가 27억9580만원에 달한다. 계약금만 약 2억8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후 2026년 10월부터 회차당 약 2억8000만원의 중도금을 6차례 납부해야 한다. 입주 시점에는 약 8억4000만원의 잔금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에어컨 등 유상 옵션 비용, 취득세 등을 더하면 1억여 원이 추가된다. 문제는 10·15 대책에 따라 2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최대 2억원까지만 잔금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25억원이 넘는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단 청약부터 넣고 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계약금만 우선 납부하면 입주 시점까지 수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세 상승이나 자금 조달 여건 변화 등을 기대하고 청약에 나서는 수요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분양가 흐름이 향후 서울 집값과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노량진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 젊은 투자 수요와 신축 기대감이 유입되며 시장 인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며 "입지 우위 신축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주변 시세와 후속 분양가까지 끌어올리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자산이 없는 무주택자들은 청약 자체가 쉽지 않은 시장이 되고 있다"며 "고분양가가 계속 누적되면 서울 아파트 가격 하방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