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감소와 실거주 중심 규제가 맞물리면서 매매가 못지않게 전·월세 가격도 오르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달 말 발표될 세제 개편안과 민간 임대주택의 주요 공급원인 비거주 1주택자 규제까지 구체화하면 하반기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5일 머니투데이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부동산 시장 긴급 설문' 결과 하반기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전세와 월세 가격이 모두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월세 동반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신규 입주물량 감소와 실거주 중심 규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확대에 따른 전세 매물 회전율 저하 등이 꼽혔다. 전세 보증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가 월세로 이동하고 늘어난 월세 수요가 다시 월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 시장은 완전한 실수요 시장이기 때문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며 "하반기 전세대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전세보다 월세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 상승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입주물량 감소로 인한 임대차 시장의 수급 여력 약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로 인한 전세 매물 회전율 하락,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민간 임대 물량 감소 등을 전세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올해 서울 주택 공급량은 반토막이 났고 2028년까지 계속 줄어드는 등 근본적으로 주택 공급이 너무 부족하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매매거래가 한 건 이뤄질 때마다 전·월세 물량도 한 건씩 사라지는 구조에서 전·월세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뒤 4년 만기를 맞는 계약들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것도 전세 불안을 더할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됐다. 갱신권 사용에 따라 그간 반영되지 않았던 보증금 상승분이 한번에 반영되면서 큰 폭의 전셋값 상승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4년 만기 매물들이 시장 가격에 맞춰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전셋값 상승폭을 키울 것"이라며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금융권 규제가 강화되면 높아진 전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월세를 택하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월세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로 예고된 세제 개편안도 변수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집주인들이 금리와 보유세 부담, 전세금 반환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세제 개편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는 임차인의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핵심 지역은 임대인 우위가 강해 조세 전가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말했다.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질수록 전세 유지 수요가 늘어나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전세가격이 매매가 턱밑까지 차오르는 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며 "전세의 월세화가 고착화되고 월세 가격도 오르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 중심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도심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비아파트 공급을 복원하는 한편 민간 임대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세제 유인을 마련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정비사업 절차를 신속통합을 넘어 쾌속으로 간소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등 병목 해소를 병행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매입임대 확대 등 공급 지원책은 마련되고 있으나 임대사업자 제도 개선 등 민간의 공급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이 부족한 만큼 수요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위원은 "갭투자 억제는 바람직하지만 임대 매물 공급과는 상충 관계에 있기 때문에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임대 매물 출회를 유도할 세제상 인센티브 설계가 일부 필요하다"며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세제가 자주 바뀌면 매물 잠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일관된 세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