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40여 년 만에 재건축에 나선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숀아파트가 '한 동만 남기는 재건축'이라는 이례적인 사업 방식을 택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분담금 갈등을 빚은 5동을 제외한 채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이어 법원이 공유물 분할을 허가하면서 1개 동만 뺀 채 나머지 단지를 재건축하는 매우 독특한 방식의 정비사업 길이 열렸다. 삼익맨숀 재건축사업은 최근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하면서 사업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
1984년 준공된 이 단지는 768가구에서 990가구 규모(지하 4층~지상 39층, 10개 동)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재건축 조합은 오랜 갈등 끝에 전체를 철거하는 일반적인 재건축과 달리 1개 동(5동)을 사업 구역에서 분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분담금 산정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이 자리한다. 2020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5동 주민들은 대형 평형 중심 구조로 자산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종전자산 감정평가 과정에서 면적과 시세만 반영하면 거래수가 적은 대형 평형이 손해를 본다는 논리다. 그 결과 추정 분담금도 과도하게 산정됐다며 조합설립인가 신청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5동은 10개 동 중에 전용면적 146㎡로 단지 내에서 면적이 가장 큰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조합은 사업성 유지와 일정 지연 방지를 이유로 기존 기준을 고수했고 갈등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단지 전체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별도로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도 필요하다. 전체 동의율을 충족하더라도 5동 주민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조합 설립과 재건축 추진이 막힐 수 있어 5동 주민들을 상대로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법원이 토지분할을 인정하면서 특정 동을 사업에서 제외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조합은 장기 소송과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를 감수하기보다 '부분 재건축'이라는 현실적 선택을 택했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 부담이 확대된 환경에서 사업 속도를 우선시하겠다는 취지지만 향후 사업성 등에는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입지 측면에서 삼익맨숀은 강동구 내에서도 고덕·상일동 신축 주거벨트와 인접해 주거 수요 기반이 안정적인 지역으로 평가된다.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고 지하철 5호선 등 교통 접근성도 양호해 재건축 이후 일정 수준의 가치 상승 여력은 유효하다. 다만 강남권 핵심 지역 대비 가격 프리미엄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은 '중상위권' 수준으로 분석된다.
가격대는 재건축 호재가 선반영되며 각 동마다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단지 중 소형 평형대인 전용 57㎡는 지난 3월 14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까지 10억원 이하 거래도 있었던 만큼 짧은 기간 내 수직 상승한 모습이다. 전용 72㎡는 지난 1월 13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전용 82㎡ 역시와 106㎡은 지난달 16억에 거래됐다.
한편 이번 재건축에서 제외된 5동 전용 146㎡는 지난 5월 17억7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7억2000만원, 2021년 8월 16억2000만원 등 거래가 뜸한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재건축에 포함됐다면 5동 역시 호가가 크게 뛰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입지 측면을 보면 지하철 5호선 명일역 이용이 가능하고 올림픽대로·강변북로 접근성은 확보됐지만 강남권 등 주요 업무지구와의 직결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사업성 측면에서는 5동 제외로 인해 용적률 활용과 일반분양 물량이 일부 줄어드는 구조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 기간 단축에 따른 금융비 절감 효과가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결정은 '최대 수익'보다 '확실한 사업 완결성'을 택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향후 과제로는 단지 완성도 저하 문제가 꼽힌다. 동일 단지 안에 신축과 구축 건물이 공존하는 형태는 자칫 주거 환경과 자산 가치 측면에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1개 동을 제외한 데 따른 분담금 증가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도 관건이다.
설계와 인허가, 철거, 기반시설 조성 등 고정비용은 사업 규모에 비례해 줄어들지 않는 반면 조합원이 감당해야 할 분담금 규모는 조합원 수에 반비례한다. 즉 조합원이 줄어든 만큼 남은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번 사례가 선례로 자리 잡을 경우 평형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소송 비용과 사업성 저하라는 부담이 있는 만큼 이 같은 형태의 정비사업 추진이 최후의 선택지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일부 동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 일조권, 기반시설 등을 독립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단지 구조상 특정 동을 배제한 채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업 속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조합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익맨숀 사례는 향후 정비사업에서 '전원 합의'라는 기존 전제가 더 이상 절대적 기준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