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공급"…23만가구 속도전, 집값 잡을까 자극할까

김성은 기자, 이원광 기자, 배규민 기자, 김지영 기자, 윤지혜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8.14 05:20

[8·13 부동산 대책] ②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더는 방치 안돼...전방위적 주택공급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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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국민의 삶을,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같은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가용 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수도권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 "부동산 거품 방치할 수 없어...전방위적인 공급 총력전 나서야"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부동산은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한민국 핵심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거품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다 아시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이 전세계적으로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특정 국가처럼 소위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이 우리 앞에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다주택자·비거주 1주택자 세금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수도권에 신규 택지 10만 가구를 포함해 총 '23만 가구+α'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전 국민이 부동산과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과 국민의 눈높이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제 개편안 일부 보완을 거듭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책 발표 후에도 국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며 "(한 번) 정책을 발표하면 이게 최종 정책이고 그것을 바꾸면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또는, 오락가락, 이런 식으로 평가되는 것 때문에 잘 안바꾸려 한다. 그런데 그것은 낡은 방식"이라고 했다.

◆ "수정안 검토해 완벽한 정책 만드는 게 정상" 세제개편 보완 시사

아울러 "최선을 다해 정책안을 만들되 이런저런 좋은 제안 또는 수정안들이 제시되면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투명하게 토론하고 수렴해 더 나은, 더 완벽한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그게 정상적인 정책 결정 과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 과정 자체를 애초에 나온 안이 바뀌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걸 갖고 '누더기를 만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런 표현에) 굳이 구애되지 말고 과감하게 의견을 수렴해 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공급, 세제, 금융 정책 전반을 치밀하게 다듬어서 시장을 정상화하고 또 주거 안정과 주거 사다리의 체계적인 구축을 우직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파격적이고 속도감있는 공급, 또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체계, 세밀하고 두터운 금융 정책의 유기적인 조합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주택 실수요자와 청년층 등을 중심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가다듬되, 공급과 금융, 조세를 적절히 결합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공급 정책과 관련해 "2022년부터 지금까지 공급절벽인데 인허가도 매우 축소됐고 착공도 많이 줄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공급은 현실적인 제약 요소가 많고 소요시간도 길어 더욱 특별한 각오를 갖고 전방위적인 공급 총력전에 나서야 된다"며 "각종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택지도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파격적으로 확보해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결혼 페널티 불합리…선택적 모병제 등 국방개혁 빠르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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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기혼자가 세제나 대출 제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결혼 페널티' 문제도 또 다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결혼하니 홀몸일 때보다 불이익을 받더라, 남녀 합치니 (혜택이) 줄어들더라, 이런 것은 불합리하다"며 "각 영역에 있는 잘못된 점을 다 찾아내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행정 편의적인 공급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의 시각에서 정책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게 진짜 유능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군 개혁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의 전장 환경이 인공지능(AI)과 드론, 로봇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또 첨단 무기들이 대거 투입되는 미래전에 대비하려면 국방 체계를 기술과 첨단 장비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지속적인 저출생 때문에 현재 같은 인력 중심의 보병 중심의, 비효율적인 군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해 우리 군을 첨단 장비와 기술 중심의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국방 개혁을 빠르고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군 경력이 좋은 일자리와 양질의 교육, 안정적 재산 형성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촘촘하게 수립해 주면 좋겠다"며 "군 생활이 인생의 낭비 또는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게 우리 정부의 큰 책임이기도 하다. 초급 간부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역시 빠르고 과감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얼마나 짓나"에서 "얼마나 빨리"로…23만가구 공급대책의 승부수

8·13 대책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공공택지와 정비사업의 규제를 풀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서 공급 정책의 무게중심을 '물량 확보'에서 '실행 속도'로 옮겼다. 새로운 공급 목표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확보한 택지와 정비사업의 착공을 앞당기고 실제 사업을 막아온 규제와 자금조달 문제까지 함께 손질한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정부가 '속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수도권에서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계속 확보하는 것만으로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 유휴부지, 정비사업 등 상당한 공급계획이 쌓여 있는 만큼 또 다른 공급 숫자를 제시하기보다 계획된 물량을 실제 주택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고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도 1~2년 앞당기기로 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는 등 정비사업 절차도 단축한다. 단순히 공급계획을 앞당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단계마다 시간을 잡아먹었던 병목을 함께 풀겠다는 것이다.

금융 지원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정비사업 이주비의 담보가치를 산정할 때 기존 주택과 재개발·재건축 이후 받게 될 새 주택의 예상가치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고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과 금리 지원도 확대한다. 사업성이 있어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멈춰선 사업장에 자금을 공급해 '계획된 주택'을 실제 착공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책은 기존 공급대책보다 실행 단계에 한발 더 들어갔다는 의미가 있다. 공급 부족의 원인을 단순히 택지나 인허가 규제에서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정비사업 절차와 PF, 이주비 등 실제 현장에서 착공을 지연시켜 온 문제까지 건드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급대책이라기보다 기존에 확보한 공급계획의 실행력을 높이는 '속도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아파트 착공·입주 물량 추이/그래픽=김현정

문제는 이 속도전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의 상당수 물량은 2030년까지 '입주'가 아닌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착공 이후 실제 입주까지 다시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부족한 입주 물량을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착공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지만 현재의 공급 공백을 메우는 문제는 여전히 남은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시간표를 실제로 지킬 수 있을지도 변수다. 공공택지는 보상과 광역교통대책, 관계기관·지방정부 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이날 공개하지 않은 신규 택지 7만3000가구도 지방정부와 협의는 마쳤지만 관계기관 협의 등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 정비사업 역시 주민 갈등과 공사비, 분담금, 금융비용 등 사업 속도를 늦출 변수가 적지 않다. 어느 한 단계가 지연되면 착공은 물론 입주 시점까지 함께 밀릴 수 있다.

따라서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때까지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이번 대책의 또 다른 과제다. 사업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려 전월세 물량을 보완하는 한편 기존 민간 공급이 회복될 수 있도록 사업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이번 대책은 공급 부족에 대응해 정부가 '얼마나 많이 계획하느냐'에서 '얼마나 빨리 짓느냐'로 정책의 초점을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공급은 발표가 아니라 입주로 완성된다. 공공택지 착공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고 그 사이의 공급 공백까지 메울 수 있느냐가 '23만가구+α' 대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공급은 2030년, 돈은 지금 풀린다"…23만호 대책에 집값 자극 우려

8·13 공급대책 핵심 변화/그래픽=윤선정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정비사업·실수요자 금융 지원을 강화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기존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가용한 공급 수단을 총동원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공급까지 수년이 걸려 당장 아파트 매매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금융 완화 효과가 공급보다 먼저 나타나 오히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새로운 공급 물량을 대거 추가하기보다 기존 공급계획의 실행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물량 발표보다 속도를 정책상품화한 것에 가깝다"며 "공공택지 착공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압축하겠다는 프로세스 혁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도 "공공택지부터 정비사업, 도심 유휴부지, 비아파트, 매입임대까지 활용할 수 있는 공급 수단을 사실상 총망라했다"며 "공급 속도에 방점을 맞췄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속도를 높여도 당장의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공급 목표 상당 부분이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이어서 실제 주택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추가로 시간이 필요해서다. 김 위원은 "23만호 중 현 정부 내 실제 추가 착공은 12만호 정도이고, 입주 효과는 빨라야 2030년 전후여서 당장의 입주 절벽을 메우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민간 착공 감소에 대한 해법이 충분한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이번 추가 착공 물량은 공공 중심인 반면 민간 공급 확대는 비아파트와 비주택 용도전환 등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어서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지금 공급 문제는 민간이 무너진 데 있는데 추가 착공 증분은 공공 비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급과 금융이 작동하는 시차는 단기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채 대표는 "공급은 2030년이고 금융은 지금 당장 살아난다. 공급은 멀지만 돈은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이 공급되기 전에 금융 완화로 수요가 먼저 살아나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연구원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을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공급 과정의 자금 병목을 해소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대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봤다. 대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 중하위 지역이나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재개발·재건축 금융지원 확대를 두고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재건축 이후 받게 될 새 주택의 예상가치까지 담보가치에 반영하고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반면 일반 주택 매수자에 대한 대출 한도 등 핵심 규제는 그대로여서 정비사업 조합원과 일반 수요자 간 금융 접근성에 차이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는 상대적으로 단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아파트보다 사업기간이 짧아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 전월세 공급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어서다. 다만 아파트 매매시장 안정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이번 공급대책은 매매보다는 전월세 안정화에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도 "비아파트를 공급한다고 아파트 매매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발표된 공급 물량을 얼마나 빠르게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는 만큼 그 사이 금융 완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민간 공급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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