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대출 좀" 오픈런 이제 끝?…잔금·이주비 숨통, 30조 더 풀린다

권화순 기자, 김미루 기자, 박소연 기자
2026.08.14 06:00

[8·13 부동산 대책] ④

"잔금 막혀 집 날릴 판" 대출 오픈런 끝?…가계대출 '30조' 더 풀린다

총량규제 완화에 따른 전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연간 증가액/그래픽=윤선정
주택공급 금융 26/그래픽=김지영

올 하반기에는 잔금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에 불편함이 없도록 대출 총량이 대폭 풀리는 대신에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이주비 대출 한도가 30% 늘어나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에 대한 금융지원은 48조원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6.27 대책 이후 규제 강화쪽에 무게중심을 둔 기존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실수요자 대출은 확실하게 풀고, 공급 관련 금융지원은 파격적으로 집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등 기존 가계부채 관리의 대원칙은 철저하게 유지했다.

금융위는 '오락가락'이란 비판을 감수하고도 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를 종전 1.5%에서 3%로 2배 올렸다. 연중 총량규제를 상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총량규제를 더 강화한 것과는 심지어 반대 방향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인한 주택 매매량 증가와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상황이 급변한 만큼 연간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의 총량을 종전 27조원에서 55조원 안팎으로 확대했다.

늘어난 대출 재원은 대부분 신축 입주단지의 중도금·잔금대출에 쓰인다. '대출 오픈런'으로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이 낮아진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이주비 대출 한도는 종전 대비 약 30% 확대한다. 구축 주택 가격이 아닌 신축(종후자산평가액) 기준의 조합원 분양가격으로 담보 가치 기준을 변경해 이주비가 부족하지 않도록 보완했다. 잔금대출이나 이주비대출 변경은 결국 주택공급을 촉진과 맞닿아 있다.

실제 금융위는 주택공급 속도전을 측면지원 하기 위해 PF 사업장에 대한 금융지원을 47조8000억원으로 종전 26조3000억원 대비 파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부실 주거사업장에도 3조원 규모의 자산관리공사(캠코) 정상화 지원 펀드 자금이 투입된다. 아울러 주거 사업장에 한해 자기자본비율(1년차엔 5%) 규제가 2년 한시 유예된다.

반면 투기적 수요는 확실히 차단한다. 주택을 매수하고도 '한번도 실거주한 적이 없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만기연장이 불허되고 신규 대출은 금지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수도권은 80%에서 70%로, 그외 지역은 90%에서 80%로 낮아진다.

이번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정책 목표를 훼손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고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투기적 수요는 철저하게 차단하되, 주택공급 지원과 실수요 핀셋지원은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비 대출 한도 30% 더 늘어난다…주택공급 금융도 2배 확대

헌집값 ▶ 새집값 기준, 이주비 대출 30% 증가/그래픽=김지영 기자

금융당국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기존 주택이 아닌 신축 주택의 분양가격을 적용해 대출 한도를 평균 30% 가량 확대할 예정이다.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금융지원도 현재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2배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오는 31일부터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한도 산정 방식을 반경한다고 밝혔다. 이주비 대출 한도 산정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할 때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큰 금액을 담보가치로 인정키로 했다. 현재는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종후가격은 정비사업 후 새로 받게 될 주택의 조합원 분양가를 기준으로 한다.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비거주 1주택자도 이용할 수 있다.

종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하면 담보가치가 높아지면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종후자산을 적용할 경우 대출 한도가 종전보다 평균 약 30% 증가할 것으로 본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강북의 한 정비사업장을 예로 들어 "종전자산 기준 2억4000만원 수준이던 한도가 종후자산을 적용하면 3억20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주비 대출만으로 자금이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 내년 1월부터 주택금융공사의 '추가 이주비대출' 보증상품도 신설한다. 시공사나 조합이 주금공 보증을 바탕으로 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조합원에게 추가 이주비를 빌려주는 방식이다.

◆ 주택공급 금융 '2배' 늘린다…PF 부실사업장엔 관리자 투입

주택공급 금융/그래픽=김지영 기자

주택공급 금융지원은 47조8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정상 사업장에 대한 PF 공적보증 연평균 28조7000억원 증가분, 기존 펀드와 신규 조성분을 합한 캠코 PF정상화 지원펀드 4조1000억원 이상,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 5조원, 금융업권 자체 정상화펀드 10조원을 합한 규모다. 현재는 PF 보증 16조9000억원, 캠코펀드 1조1000억원, 신디케이트론 1조원, 금융업권 자체펀드 7조3000억원 등 총 26조3000억원 수준인데 이를 2배 가량 확대하는 것이다.

PF 보증은 연평균 13조1000억원에서 향후 3년간 연평균 28조7000억원으로 2.2배 확대한다. 특히 착공 예정 물량이 24만9000호로 가장 적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10조원 많은 33조원을 집중 공급한다. 주금공의 주거사업장 보증비율도 내년 말까지 기존 90~95%에서 100%로 높인다.

금융위는 신규 캠코 PF정상화 지원펀드 3조원이 투자될 경우 최소 1만8000호 이상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디케이트론도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해 2만호 이상 주택 공급을 기대한다. 주거사업장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주택공급 위축을 막기 위해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시행을 2년 유예한다. 또 부실사업장별 담당자를 정해 밀착 관리에 나선다.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준공 후 임대사업장에는 임대주택 가액의 90% 이내에서 운영자금 보증을 공급한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된 주택매매·임대사업자 주담대도 준공 후 1년 이내 신축 비아파트를 최초 매입하거나 비아파트 신축을 위해 대출 실행 후 1년 안에 멸실할 주택을 사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2년 한시유예한다. 주거사업장에 한정해 2029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PF 사업장의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2027년부터 5%, 이후 단계적으로 20%로 상향된다.

'집 사 놓고 실거주 한적 없는'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막힌다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그래픽=윤선정

내년부터 본인이 한번도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비거주 1주택자는 전세대출 만기연장이 막히고 신규대출이 금지된다.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 비율도 현행 80%(수도권·규제지역 기준)에서 70%로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내년부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현재 다주택자와 3억원 초과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아파트 취득자 등은 공적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된다. 여기에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세대출을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주택 보유자에게도 전세대출이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전세대출 규제를 받는 비거주 1주택자 기준은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로 △해당 주택을 임대차 중(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 존비속 임대차는 예외)이며 △본인 또는 배우자가 해당 주택을 한번도 실거주 한적이 없는 경우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한마디로 실거주할 목적이 전혀 없어 처음부터 본인이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갭투자자(전세 낀 매매)가 직접적인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전세대출의 신규취급은 물론이고 기존에 받은 전세대출 만기연장도 금지된다. 금융위가 밝힌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모는 9조3000억원, 6만건에 달한다. 다만 한번도 실거주 한 적이 없는 비거주 1주택자는 실제로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규제가 양도세·보유세 중과 기준보다 느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히면서 본인 집에 1년 이상 거주한 적이 있고 취학·직장·질병·부모봉양 등의 사유로 타지역 시·군으로 이사한 경우만 예외 사유로 인정키로 했다. 이날 발표한 대출규제의 경우 주민등록법상 전입 신고 전력만 있으면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전입신고의 거주 의무 기간인 30일을 채우면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아울러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한 사람은 당장 실거주가 어려운 만큼 신규 전세대출이 허용되고 기존 대출 만기 연장도 가능하다. 임대차 계약 조건부 취득 등으로 실거주를 바로 못하는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으로 전세대출 상환이 어려운 경우 등도 만기연장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여신심사위원회를 열어 비거주 사유의 불가피성이 명백하다고 인정하면 신규 취급 및 만기연장이 허용된다.

거주, 비거주와 관계없이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더 축소된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80%, 그외 지역은 90%를 적용 중이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수도권·규제지역 70%, 그 외 지역 80%로 각각 10%P(포인트) 씩 하향 조정키로 했다. 다만 무주택자에 대한 보증 비율은 종전 수준을 유지한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전세대출이 거절 될 수 있다.

총량규제 1.5→3%에도 'KB 3억 제한' 유지...은행권 신중한 이유

5대은행 가계대출 한도 소진 정도/그래픽=김현정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1.5%에서 3%로 상향하면서 은행들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다만 은행별 총량 목표치가 어떻게 부여될지 불투명한 데다, 잔금·이주비·중도금의 '별도 관리'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았단 점에서 기존의 대출 규제를 선뜻 완화하긴 어렵단 입장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기존의 1.5%에서 3%로 두 배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출 여력이 기존 약 27조원에서 55조원으로 확대된다. 남은 약 5개월간 금융권이 약 30조원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추가 공급분은 잔금·이주비·중도금대출 등 주택 공급 촉진,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집중 활용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1.5%에 미치지 못하는 약 0.7%(4조3363억원)가 부여된 상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2184억원으로 이미 20.3%(8821억원)를 초과한 상태다. 당국이 아직 은행별 목표치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2배 상향한다고 가정하면 8조6726억원으로, 3조원 가까운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에 부여된 총량 목표치를 지키고 있고 추가 한도가 생기는 것이기에 여력이 많이 확보됐다고 본다"며 "다만 일부 은행은 이미 연초에 부여된 목표치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을 소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별로 상황이 크게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실수요에 대한 총량 목표를 당국이 어떻게 제시하느냐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존에 금융회사 총량관리 실적에 포함해 관리하던 해당 항목을 금융권과의 협의에 따라 별도로 관리할 방침이다.

당국은 집단대출에 대한 증가분도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안에서 관리한다는 대전제를 깔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기적 수요는 차단하고 실수요자의 자금 애로는 핀셋 지원으로 해소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에서 제외해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 공급을 속도를 높이려면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이 함께 풀려야 한다. 가계대출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구상하는 주택 공급 규모를 생각하면 2배 증가분은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은행들의 그간의 가계대출 관리 실적에 따라 집단대출 한도를 달리 배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이 0.7% 수준인데, 당국이 은행의 실적에 따라 이를 2배 이상으로 크게 확대해줄 수도 있단 것이다.

은행권은 기존의 대출규제는 당분간 유지한단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3억원 제한'을 포함해 하나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신규 취급 중단, 우리은행의 주담대 지점당 한도 10억원 등 주요 조치는 일단 유지된다. 이번 가계대출 총량 증가분이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집중되고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관리는 여전히 강화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규제도 유지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 목표치가 3%로 상향됐지만 은행별 한도 등 세부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대출규제를 완화하긴 어렵다"며 "실수요자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향후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추이를 보며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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