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험사기 그까짓거?" 인식 바꿀 때

전혜영 기자
2016.05.30 15:36

세계적인 보험강국 중 하나인 독일은 보험사기로 인한 손실규모가 연간 40억유로(약 5조3000억원)에 달한다. 규모가 큰 만큼 흉악범죄도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자해를 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가 그나마 큰 사건이고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잃어버렸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생활형 보험사기가 대부분이다. 보험금을 노리고 임신한 아내를 태운 차량으로 교통사고를 낸다든가 가족들에게 독극물을 먹이는 등 국내 보험사기 사례들은 독일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다.

그럼에도 독일은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로 엄벌하고 미수에 그친 보험사기까지 보험남용죄를 적용해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험사기 착수단계에서 적발돼도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가짜 롤렉스 시계를 산 뒤 보험에 가입했다가 시계를 고장 내 보험금을 타내는 정도의 보험사기도 다른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만큼 근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에서도 올초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부터 보험사기가 일반 사기와 다른 별도의 범죄로 구분된다. 이에따라 보험사기죄가 형법상 사기죄보다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되고 보험사기를 시도하다 실패한 미수범도 처벌을 받게 된다. 상습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거나 보험사기 금액이 크면 가중처벌도 가능하다.

보험업계의 숙원이던 강력한 처벌 근거가 마련됐지만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더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살인이나 방화가 아니라 소소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거짓말 정도는 범죄라고 할 것도 없다는 안일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목적은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라기보다 일반인들이 보험사기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명백한 범죄로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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